박유신 농수산식품팀장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기상관측 이래 최장 기간을 기록했던 장마가 끝났다. 기상청은 지난 16일자로 한반도에 머물러 있던 정체 전선이 북한으로 북상하면서 중부 지방 장마가 종료됐다고 밝혔다. 54일간 이어진 올해 장마는 앞서 최장기간인 201349일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전국적으로 대규모 인명·재산피해를 냈다.

농업부문의 피해도 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장마가 끝난 지난 16일 기준 농업분야 피해 규모는 총 29281ha에 달했다. 27633ha의 농경지가 침수됐고 308ha의 낙과피해를 입었으며, 1340ha가 유실·매몰됐다. 비닐하우스 1.4ha, 인삼시설 5.6ha 등 농작물 시설물 7ha가 파손됐으며 가축 역시 한우 1220마리, 돼지 6928마리, 산란계 149245마리, 오리 258605마리, 육계 1493377마리, 토종닭 25051마리, 꿀벌 9552군 등이 폐사했다. 이마저도 신고내역을 중심으로 잠정 집계된 수치여서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철이 시작된 6월 초까지만 해도 기록적인 물 폭탄보다는 역대급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정작 올 여름은 긴 장마와 기록적인 폭우로 시작해 폭염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폭우와 같은 예측불가능한 이상기후가 앞으로는 일상화 될 것이고 결국 철저히 대비하는 일만이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기상환경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정부도 이번 장마철 폭우로 인한 피해 원인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올해 기상이변에서 보듯이 농업은 그 특성상 기후와 자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라는 말이 생겼을까. 농업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해 농사를 뒤돌아보면 매년 자연환경에 따라 달라져 왔다. 농업인으로서는 늘 불안한 마음을 안고 농사를 짓을 수밖에 없다. 결국 자연환경을 100% 컨트롤 할 수 없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더불어 농업인들이 자연재해 걱정없이 안심하고 영농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재해안정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올해 농업인들은 봄철 이상저온으로 인한 냉해 피해와 함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농산물 수요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이번 호우 피해는 농업인의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에 농업계에서는 최근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와 함께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생계안정과 피해복구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호우·태풍 등으로 인한 농업 부문의 피해가 상시화 되고 있는 만큼 대대적인 농촌지역 소하천 정비와 농어업재해복구비 지원기준을 완화, 단가 상향조정 등에 대한 요구도 높다.

특히 농작물재해보험과 농어업재해대책법 등 농업재해대책의 대대적인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지원대책이라는 게 시설 보수와 생계 구호 수준의 지원에 그치며 농작물 피해에 대한 보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단순히 복구비가 아니라 경영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게 농업계의 요구다.

우리 농업 환경·여건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이번 호우가 코로나19와 함께 농업분야에 있어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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