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최기수 발행인]

바뀌어도 너무나 바뀌었다. 한가위 고향 가는 길도 중단됐다.

코비드19(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사태가 가져온 결과이다. 지난봄에는 포스트 코비드19’를 기약했지만, 먼 옛날 바람이 됐다. 같이 하는 위드(With) 코비드19’시대가 됐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내년부터 코비드19 백신이 나오고, 접종 과정을 거쳐 2022년에나 코비드19 시태가 끝이 날 거라고 내다봤다. 답답한 마음 한이 없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농촌과 도시는 가족을 통해 연결된다. 도시에 거주하는 자식들과 농촌을 묵묵히 지키는 부모님들이 있어서 가능한 얘기다. 그리고 설이나 한가위 명절은 농촌과 도시가 만나는 때이다.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 부모님을 찾아 부모 자식 간 정을 나누는 날이다. 한가위는 특히 다르다. 지금 농촌들녘은 황금벌판이 펼쳐지고 있다. 농촌을 찾은 자식들은 부모님의 무한 사랑뿐만 아니라, 농촌의 아름다움과 풍성함도 같이 느낄 수 있다. 한적했던 농촌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웃들로, 죽마고우로 시끌벅적하다. 한가위 농촌마을은 웃음꽃이 피어난다. 농촌과 농업의 소중함도 알게 모르게 느끼는 때가 한가위이다. 귀성 때는 부모님이 바리바리 싸주신 농산물 보따리가 차 안에 가득하다. 이게 한가위다. 이번 한가위에는 이런 풍경이 시들해졌다. 코비드19 파장으로 귀성객이 30% 정도 줄어든 결과이다.

코비드19로 농촌과 농업의 앞날이 걱정된다. 한가위는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동아줄이다. 그런 동아줄이 이번 한가위에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어쩌면 썩은 동아줄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앞서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한가위에 고향을 찾지 않은 이유는 코비드19 때문이다. 그들 가운데는 부모님을 뵙지 못한 아쉬움도 많았지만, 귀향·귀성전쟁을 치루는 수고를 덜었다. 이런 자식들이 빌 게이츠의 전망대로 2022년 코비드19 종식이후 다시 한가위나 설에 귀향을 재개할까?

부정적인 생각이 앞선다. 사람은 편리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겠지만, 복잡한 설이나 한가위 명절보다는 별도로 시간을 낼 가능성이 짙다. 같은 고향도 언제 찾느냐에 따라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명절에 찾는 고향은 가족 간 사랑뿐만 아니라 농촌과 고향이 주는 정()도 같이 할 수 있지만, 편리한 시간에 부모님만 뵙고 올 때는 그게 전부이다. 이번 한가위를 계기로 농촌 앞날이 걱정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애정과 관심이 식지나 않을지 우려스럽다.

도시민으로부터 멀어지는 농촌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농산물시장 개방으로 농업·농촌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몰린 이후 범농업계는 농업·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관심과 사랑을 유지하려고 백방의 노력을 펼쳐왔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는 더디다. 이런 와중에 코비드19 팬데믹 사태가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동아줄을 망쳐놓았다. 이러다 농촌이 도시민들로부터 잊게 되는 지경으로 내몰리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코비드19가 망쳐놓은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동아줄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복구해야 한다. 범농업계의 과제가 또 하나 늘었다. 참으로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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