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내년 설 명절까지 도매가 강세…한우, 출하기피로 가격 보합세
사과·배, 기후로 인한 피해로 생산량 줄어
만감류 출하 동향에 따라 달라질 듯
돼지, kg당 3698원 이하로 형성될 듯
육계, 도계마릿수 증가로 가격 하락세

[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안희경 기자, 박현렬 기자, 이호동 기자]

올 초 냉해와 역대 최장기간 장마, 세 번의 연이은 태풍으로 추석 성수기(지난달 15~29일) 사과, 배 대과 비율이 지난해 대비 급감하고 출하량도 30% 가량 감소했다.

출하량과 대과 비율 감소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추석 성수기 사과 5kg 상품 도매가격은 지난해 대비 30% 가량 높은 5만 원선을 형성했다. 신고배도 7.5kg이 3만5000~4만 원 정도에 거래돼 지난해 보다 30% 정도 상승했다.

대형유통업체와 전통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사과 대과의 1개 소매가격이 1만 원 가량을 웃돌자 중과를 구매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사과, 배 출하량 감소와 더불어 황금연휴라 불릴 정도의 긴 연휴로 나들이를 가는 시민들이 늘어나 출하된 과일이 대부분 소비됐다는 게 가락시장 유통인들의 전언이다.

추석 명절 전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과일 경매장의 모습.
추석 명절 전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과일 경매장의 모습.

# 평년보다 조기 종료된 경매

매년 추석 성수기에는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직원들이 하차작업을 도와야 할 정도로 물량이 많았지만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도매법인에 입사한 지 20년이 넘는 직원이 일명 까대기라 불리는 하차작업을 돕지 않은 경우가 올해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로 전반적으로 과일 반입량이 적었다.

이에 지난해 오후 2~3시까지 이어지던 경매가 올해는 오전에 종료됐다.

도매법인 관계자는 “매년 설과 추석 명절에는 반입량이 증가해 오후까지 경매가 이어졌지만 올해는 오전에 경매가 종료되는, 그 동안 볼 수 없던 광경이 펼쳐졌다”며 “경매가격이 지난해 대비 높았음에도 중도매인 점포에는 재고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추석 성수기 서울청과의 사과, 배 취급량은 각각 1500톤, 1357톤이며 중앙청과 사과, 배 출하량은 각각 1863톤, 1453톤이었다.

반면 올해 추석 성수기 서울청과의 사과, 배 경매량은 각각 972톤, 1573톤으로 사과의 경우 40% 가량 감소했으며 배는 소폭 늘었다.

중앙청과는 사과, 배 취급량이 969톤, 1279톤으로 사과의 경우 절반 정도, 배도 10% 가량 감소했다.

상황은 다른 도매법인도 마찬가지다. 동화청과도 사과 취급량이 절반 이상 줄었으며 배도 20% 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사과 취급량이 적었던 한국청과의 경우 올해 경매량이 소폭 늘었지만 배는 20% 정도 줄었다.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전체적인 사과, 배 취급량이 지난해 대비 감소한 것이다.

추석 선물세트 소비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복숭아, 포도, 멜론도 기후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반입량이 지난해 대비 감소해 상품의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정인실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장은 “지난해는 경매장과 중도매인 점포가 과일로 꽉 찼지만 올해는 이 같은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긴 연휴로 집 밖을 나서는 소비자들이 많아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 사과·배 향후 물량 적고 가격은 강세

홍로 사과 출하가 대부분 마무리되고 양광, 시나노스위트 등의 사과가 주로 출하되는 가운데 이달 말부터 수확되는 부사의 생산량이 적어 내년 설 전까지 사과 가격은 지난해 대비 높을 전망이다.

가락시장 경매사들은 부사 역시 냉해와 태풍피해로 상품 비율이 지난해 대비 적으며 대과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상품 가격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중·소과, 비 상품과의 출하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매사들의 소비지동향 전파로 일부 산지에서는 가락시장에 봉지사과 출하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배는 성장촉진제를 처리한 물량의 출하가 대부분 마무리됐으며 일부 산지에서는 내년 설 성수기를 준비하기 위해 저장작업을 시작했다.

올해 배 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내년 설 성수기 가격이 높게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추석 이후 배 가격도 출하량 감소로 당분간 지난해 대비 높게 형성될 전망이다.

가락시장 경매사들은 전체 생산량의 40%가 추석, 30%는 설, 나머지 30%는 이 시기 외에 출하·소비돼야 농가 수취가격이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신 중앙청과 전무이사는 “올 초부터 기후로 인한 피해로 생산량이 적어 내년 설 명절까지 사과, 배 도매가격이 지난해 대비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는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높겠지만 내년 설 명절 가격은 최근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감류 출하 동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농협경제지주 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 진행된 한우 경매 모습.
농협경제지주 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 진행된 한우 경매 모습.

[추석 이후 축산물시장은]

올해 추석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의 영향 등으로 축산물 선물세트의 판매 비중이 증가한 가운데 추석 이후에도 한우 가격은 보합세가, 육계는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 한우 가격 보합세 유지할 듯

올 추석 축산물 선물세트는 유통업체들이 지난해 추석보다 30~40%까지 물량을 늘려 준비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특히 비대면 추석을 강조하면서 선물로 고향방문을 대체하는 수요까지 늘면서 한우 판매는 좋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당초 예상물량보다는 도축마릿수가 적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10만 마리 가량 도축이 되고 유통이 될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이에 다소 못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추석 직전인 지난달 28일에는 전주 대비 지육가격이 kg당 778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올해 한우 가격은 추석 이후에도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년의 경우 추석 이후 한우 도매가격이 바로 하락했지만 올해는 농가들의 출하 기피 현상으로 추석 이전의 가격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전문가는 “보통 추석물량 출하가 이뤄지고 나면 한우 도매 가격이 점차 하락하지만 올해는 당분간 한우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한우 가격예측이 워낙 예상과 빗나가고 있지만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좋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돼지는 도매 가격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가정 내 소비가 증가할 경우 상승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달부터는 생산비인 kg당 3698원 이하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공급의 경우 지난달부터 오는 12월까지 4개월간 도축마릿수 626만 마리로 지난해 동기 대비 0.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 육계 가격 하락세 이어질 전망 

추석 대목 시기였던 지난달에도 평년 대비 낮은 가격대를 형성했던 육계는 이달에도 도계마릿수가 증가해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경연에 따르면 10월 도계마릿수는 평년 대비 5.2% 증가한 6722만 마리로 전망되며 생계 유통가격은 전년 1183원과 평년 1373원 보다 하락한 1000~1150원으로 예상된다.

또한 병아리 생산잠재력 지수도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4분기 도계마릿수 역시 전년과 평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소비시장 침체로 쌓인 계열사의 재고 도계 물량이 할인된 가격에 시장에 유통되고 있어 가격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젖소 생산성 호전으로 3분기에도 늘어났던 원유 생산량은 추석 이후인 4분기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4분기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50만8000톤보다 0.9~1.3% 증가한 51만3000~51만5000톤으로 전망된다.

농경연은 4분기에 원유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학교 우유 급식 소비량 감소 등으로 원유 재고량 증가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낙농가의 생산량 감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40만4000마리를 기록했던 젖소 사육마릿수는 오는 12월 40만4000~40만6000마리로 전망, 지난해 같은 기간 40만8000마리보다 0.5~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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