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남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일상적인 대면 접촉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만나면 으레 나누었던 악수나 등을 두드리는 식의 친밀감을 표현하는 행위가 가장 먼저 사라졌다. 장보기나 외식은 온라인 구매로 전환됐으며, 물품 수령방법도 접촉을 배제한 ‘문앞’으로 요청한다. 사람들 간의 모임과 방문이 제한되고 직원 밀집도가 높은 기업은 재택근무를 장려한다. 생활 전반에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일명 ‘언택트(untact)’라 불리는 ‘비대면’이 거대한 추세로 자리 잡았다. 

농업에서의 비대면은 곧 디지털농업으로 결부된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에는 온라인과 비대면이 급속히 확대되고 경제·사회는 물론 농산업에서도 IC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첨단기술들이 융복합된 디지털농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것은 비단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라 농촌의 고령화, 인구감소에 따른 인력수급불균형과 기상재해로 인한 막대한 농작물의 피해 등을 고려했을 때 필수불가결한 흐름이다.
정부는 디지털 중심의 스마트농업 연구개발을 위해 내년부터 향후 7년간 3867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 예산안에 코로나19에 대응한 농업 생산·유통 분야의 스마트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 대응에 집중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농업의 생산과 유통 전반에서 디지털화를 촉진하고 관련 분야의 창업을 지원하는 데 주력하기로 한 것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특히 식량의 안정적 생산이 대단히 중요하다. 디지털농업은 무인자동화, 자율주행, 드론, 로봇 등을 이용해 농가의 편이성을 향상시키고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 기후변화와 소비패턴, 유전체 등을 수집하고 통합한 빅데이터는 클라우드 시스템 및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수요자 맞춤형 디지털농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농산물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노동력과 자재 투입은 최소화하고 생산과 품질은 향상해 최대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노지에서 정밀농업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지중점적 자동 관개 기술’은 땅속에 관수호스를 묻어 작물의 뿌리 부근에 필요한 만큼의 물을 공급하는 기술이다. 설치와 관리가 간단하고 스프링클러를 이용한 방식에 비해 물 사용량을 28% 줄일 수 있으며, 콩을 시험 재배하였을 때 수량도 34% 더 많았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토양 속 수분을 측정, 제어하고 부족한 양만큼 물을 공급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blockchain)은 공정거래의 가능성을 높인 정보 분산·관리 기술로, 작물의 수확 시점부터 최종 소비자 구매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각 단계에서의 거래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비대면 거래는 한층 높은 신뢰 수준을 요구하는 만큼 품질 표시 및 유지, 농식품 이력제 도입 등이 필요한데, 정보의 위변조가 방지된 블록체인은 신뢰의 끈으로 단단히 무장한 채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와 알권리를 보장해 줄 것이다.

한국 스마트 농업 규모는 지난 3년 사이 10배로 증가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등과 같은 재난 상황은 새로운 사고의 농정방향을 요구한다. 그 속도는 점차 가속화될 것이며 이를 현실에 얼마나 잘 적용, 구현하느냐에 따라서 미래 한국 농업의 수준이 결정될 것이다. 

‘비대면’은 단순 ‘고립’이나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 세태를 분석한 책 언컨택트(Uncontact)에서는 이를 ‘서로 단절되어 고립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연결되기 위해서 선택된 트렌드’라고 역설한다. 비록 강력한 물리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강력한 공동체 고리로 연결돼 있다. 시대가 변했다면 우리도 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칫 느슨해진 고리에 의해 소외되는 계층은 없는지 옆과 뒤를 잘 살피는 배려와 지원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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