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쌀은 농업분야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워낙 큰 만큼 쌀 시장의 위기는 농업계 전체 위기로 직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해 농정의 마무리는 쌀로 평가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은 지난 8‘2020년 쌀 예상생산량조사결과를 통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건물 건축과 공공시설 등의 개발에 따른 경지 감소와 2개월 가까이 이어진 장마와 연이은 태풍 등 기상악화의 영향으로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 감소한 3631000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5일 올해 쌀 생산량을 3684000톤이라 예상했던 것 보다 더 감소했다.

앞으로 중·만생종 벼 수확이 마무리되고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통계청의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면 보다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다만 연간 1인당 쌀 소비량 감소폭이 올해 생산량 감소폭과 비슷할 것이라는 가정아래 현재 남아 있는 정부양곡 재고량 106만 톤과 수확기 공공비축 35만 톤까지 감안하면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측의 입장이다.

수확기 쌀값 역시 현재로서는 나쁘지 않다.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kg 기준 219288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 원 이상 높고 수확기 평균 가격인 189964원보다 3만 원 가량 높다. 지난해산 재고 소진과 올해산 수확 지연 등을 감안하면 수확기 초기에는 가격이 비교적 높게 형성될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이다. 쌀 재배면적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만생종이 본격 출하되는 이달 하순부터는 다소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쌀 농가들로서는 쉽게 환한 표정을 짓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여느 해보다 작황이 좋지 않았던 만큼 생산량이나 품질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쌀값이 아무리 좋아도 실질적으로 소득이 좋아지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앞서 지난달 농경연 벼 생육상황 조사에서는 농가의 절반 가량이 생육상황이 나쁘다고 답했으며, 농촌진흥청 조사에서도 당 벼알수(32673)가 지난해보다 1365~1407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통계청 조사결과에서도 10a당 생산량이 500kg으로 지난해보다 2.5%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조사치보다 현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듯 보인다. 최근 수확 현장에서는 올해 쌀 생산량이 20~30% 가량 줄었다는 얘기가 속속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이 10% 가량 오르더라도 정작 생산량이 20~30% 감소했다며 실제 손에 쥐어지는 돈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푸념을 쏟아내는 이유이기도하다.

한편으론 쌀 수급 안정을 꾀하며 다른 한편으론 농가가 희망하는 가격을 지지해 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공익직불제 도입과 함께 쌀 수급안정제도가 첫 시행되는 올해, 세밀하고 실질적인 쌀 수급안정장치를 마련해 쌀값이라도 제대로 받아 이런저런 악재로 지친 농심을 보듬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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