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성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유럽의 벨기에가 지난 12일 야생 멧돼지에서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상황 종료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통보했다. 이는 2018년 9월 최초 발생 이후 2년만의 일이며 2020년 3월 이후에는 양성축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우리에게 매우 부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벨기에의 ASF 야생 멧돼지 통제 전략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핵심지역, 경계지역, 감시지역으로 구분해 먼저 멧돼지의 추가 확산을 차단하고, 바깥부터 안쪽으로 멧돼지를 완전히 근절시키면서 ASF를 청정화 시키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도 같은 방식으로 1차 울타리, 2차 울타리, 광역울타리를 설치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우리는 발생 지역이 산악지대와 지뢰지대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멧돼지의 확산 차단 자체를 완전히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0월 22일 기준으로 국내 야생 멧돼지 폐사체 등에서 ASF 누적 확진은 769마리다. 
 

집돼지에서의 발병 상황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 10월 9일 경기 연천지역 양돈농가(제14차 발생)에서 ASF가 발생한 후 재발 방지를 위한 방역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강원도 화천지역의 사육돼지에서 다시 ASF가 발생했다. ASF 양성 멧돼지 밀도가 높은 상황에서의 집돼지의 재발 가능성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이번 양돈장의 경우도 주변에 다수의 양성 멧돼지가 발견됐고 ASF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방역당국의 차단방역 조치 강화와 농장 수매 권유 등 노력을 했지만 ASF 발생을 막지는 못했다. 
 

이번 재발 과정에서 보완돼야 하는 점도 드러났다. ASF는 구제역과 달라 바이러스 전파 방식과 속도, 그리고 진단 검사 절차 등에 차별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무작위 시료 검사를 통한 모니터링 검사가 아닌 진단의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수의사의 임상진단을 통한 감염 의심축 중심(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발열 의심축 주변을 중심으로 한 검사 대상 선정)의 검사대상 선정으로 방식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ASF는 아직 효과적인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서 오로지 농장의 차단방역에만 의존해야 하는 가축 전염병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직접 접촉에 의해서만 전파되기 때문에 원칙에 충실하게 농장의 내·외부 차단방역을 철저히 실행한다면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양돈장의 방역 시설을 보강하고 방역절차를 준수하는 매뉴얼을 양돈장 마다 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양돈장 마다 스스로 차단방역을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예, 아니요’의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점수로 매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ASF 발생 1년, 우리는 ASF 근절과 상재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최근 방역당국에서 접경 지대 양돈 농가에 대한 강도 높은 방역 대책을 내놓고 있다. 양돈농가와 방역 당국 모두에게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ASF 같은 국가 재난형 동물 전염병의 방역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아니라, ‘절대적인 기준에 도달하는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게 됐다. 
 

원칙에 충실한 차단방역만이 유일한 대책임을 깨닫고 ASF 바이러스의 유입과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이며 ASF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양돈농가와 방역당국에 온 국민의 지지와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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