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최기수 발행인]

지난 9일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일이 발생했다. 전날 강원도 화천군 소재 양돈농장에서 발견된 ASF(아프리카 돼지 열병) 의심 돼지가 양성으로 확인됐다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ASF까지 다시 발생했으니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 화천 ASF사태는 철통같은 방역으로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아 천만다행이지만, 매년 연중행사처럼 가금류에 발생하는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닭·오리 사육농가와 방역당국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AI가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전 세계 AI 발생건수는 586건으로 지난해 202건의 3배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주변인 중국(5), 대만(84), 러시아(60), 베트남(63), 필리핀(3)에서 AI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 비상상황이 아닐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해외 AI 발생 증가에 따라 겨울철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를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정하고 민관 방역활동 강화에 들어갔다. 그동안 가축질병 방역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50이하 가금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농가의 소독방법 및 실시 요령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고시로 제정돼 지난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특별방역대책기간이 시작되기 이전인 지난달 말 충남 천안 AI 방역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고병원성 AI를 이 같은 제도개선과 경종, 그리고 경각심으로 막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그동안의 예에서 봤듯이 조그만 허점이라도 보이면 산란계와 산란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혔다.

고병원성 AI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예찰활동을 강화해 지역별 발생위험도를 파악하고, 가금농가에 제대로 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해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역활동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예찰활동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국경검역 강화도 마찬가지이다.

예찰활동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가금류 사육농가의 차단방역과 축사안팎 소독이다. 그동안 가축질병 발생상황을 보면 사람이나 차량에 의한 전파가 많았다. 이는 차단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나 하나쯤은, 차량 한 두 대쯤은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이 피해를 불러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규모가 크던, 작던 내 농장은 스스로 지킨다는 자세와 각오로 AI 방역에 나서야 한다.

초동방역 시스템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초동방역인력 확보도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여름 수해복구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자원봉사 활동이 중단됐던 일이 뒷받침해준다.

최근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가 일고 있다. 고병원성 AI 발생은 이 같은 분위기에 불을 붙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축산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인근 축산농장은 물론 주민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가축질병 발생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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