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장 부지·시설·장비 없인 농가등록 '불가'

[농수축산신문=이호동 기자]

개화시기 따라 이동하며 채취
대다수 부지 소유권이나 임차권 없어

앞으로 별도 부지나 시설·장비 없이는 양봉 농가로 등록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양봉산업 육성법)’이 시행되면서 양봉 농가들은 농가 등록 의무화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해당 절차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토지의 소유권과 임차권을 확보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28일 양봉 산업 육성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등록 대상이 되는 기존 농가는 오는 30일까지 각 지자체를 통해 양봉 농가 등록을 하도록 시달했다. 이에 농가 등록을 위해서는 양봉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지의 소유권이나 임차권이 필요하다.

그러나 양봉업은 꽃이 개화하는 지역으로 이동을 하면서 꿀을 채취하는 특성상 양봉장 부지의 소유권이나 임차권을 확보하지 못한 농가가 다수여서 현장에서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고충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양봉협회가 지난 925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충남·세종 관내 양봉협회 회원 농가 1428호를 대상으로 양봉 농가 등록을 위한 양봉장 부지 소유권·임차권 확보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지 소유권과 임차권을 확보하지 못한 농가가 조사 참여 농가 중 42%599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농가 등록이 안 되는 농가가 상당수라는 것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소유권과 임차권을 확보한 농가들조차도 농가 등록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양봉협회 관계자는 본인 소유 또는 임차 부지라도 임야에는 벌통을 놓을 수 없다는 등의 법령으로 인해 벌 사육이 안 되는 문제점이 있고 게다가 기존에 양봉업을 해왔던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등은 불법 건축물로 인정되면서 농가 등록이 불가한 상황이라 현장의 어려움이 많다이와 함께 지자체 별로 시설, 장비 등 등록 기준에 대한 해석도 다양해 농가들의 애로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등록 기간 불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만을 고수하고 있어 농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률이 시행되기 전 농식품부에 이러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다는 양봉 업계의 입장을 수차례 피력해 왔지만 아무런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법률이 시행됐다국내 양봉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 양봉 농가에게는 오히려 독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봉 현장의 현실을 반영해 농가 등록 기준을 재설정 하거나 양봉산업 육성법 제13조에 명시돼 있는 양봉농가의 등록 의무를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협주 한국양봉협회장은 양봉업의 경우 대규모 시설과 장비가 필요한 한우, 양돈, 양계와 달리 주변에 밀원과 벌통만 있으면 경영이 가능하고, 그동안 이러한 형태로도 운영이 잘 돼 왔기 때문에 부지나 시설·장비의 소유는 큰 의미가 없다현장의 고충이 커지고 있는 만큼 농가 등록 기간을 최소 1년 이상 연장하고 관련 부처, 지자체 등이 정확한 실태조사를 진행해 농가가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법 개정을 통해 농가들의 발목을 잡는 항목인 농가 등록 의무에 관한 내용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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