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정착 위해 생각 전환 필요한 때...개정 양곡관리법 조기 정착 시급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변화 따른 신속 결정으로 
안정적 쌀 시장 구축해야

고급미·특색미 계약재배로
새로운 시장 발굴
수익성 향상 노력 필요

노풍피해 교훈 삼아 
쌀 산업 보호·육성 
대국민 공감대 형성 중요과제

 

문병완 농협RPC운영전국협의회장
문병완 농협RPC운영전국협의회장

들녘의 벼 수확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전국 RPC(미곡종합처리장)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특히 올해는 구곡 소진과 수확량 급감 우려로 쌀값이 더 거세게 요동치면서 한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워 RPC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문병완 농협RPC운영전국협의회장을 만나 쌀 산업 전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개정 양곡관리법 조기 정착 노력 절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쌀 도매가격은 20kg당 5만5060원으로, 지난해 동기간 4만7300원, 평년 4만607원에 비해 크게 올랐다. 올해는 구곡이 일찍 바닥을 보인 데다 일찍이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 일조량 부족 등으로 생산단수가 10a당 지난해 대비 13kg 줄 것으로 예상된 탓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전국 RPC들은 혼란스러운 모양새다. 예년보다 높은 가격에 벼를 수매해 더 큰 위험부담을 안게 될까 우려해서다. 

이에 문 회장은 “중·만생종이 본격 출하됨에 따라 가격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공익직불제 전환에 따른 시장격리제도 처음 도입되는 해인만큼 과도한 불안감을 갖기보다 차분히 시장을 내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회장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된 개정 양곡관리법이 조기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과 함께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제도 정착을 위해선 정부뿐만 아니라 농업인과 RPC 관계자 모두의 생각 전환이 필요한 때”라며 “정부도 쌀값 안정대책위원회를 통한 조정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여기에만 연연하지 말고 시장 상황을 봐 가면서 신속한 결정을 통해 쌀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형유통업체 중심 판매구조 탈피해야 
 

“RPC는 정부의 양곡관리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도입돼 정부의 수매 기능을 보완하고, 농가의 노동력 절감과 판로 확대를 이뤘으며, 소비자에게 좋은 쌀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쌀 판매가 점점 대형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재편되며 상대적으로 RPC의 교섭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문병완 회장은 최근 식량안보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쌀 산업의 보호와 육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한창 추수가 진행 중인 전남 보성의 들녘.
문병완 회장은 최근 식량안보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쌀 산업의 보호와 육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한창 추수가 진행 중인 전남 보성의 들녘.

문 회장은 수매 때마다 반복되는 RPC들의 불안감의 기저에 기울어진 시장구조가 자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이 쌀 가격 결정의 주도권을 쥔 탓에 RPC들도 정당한 가격에 쌀을 거래하지 못하고 손해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수매가 등락에 예민해 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문 회장은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대형유통업체에 맞서 고급미, 특색미 유통에 관심을 갖고 판로도 다양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정 내 쌀 소비가 늘어나며 온라인 소비가 늘고 품질 좋은 쌀, 밥맛 좋은 쌀, 기능성 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계약재배 등을 통해 지역별로 특색 있는 브랜드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 수익성을 높여나가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 RPC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풍’ 피해 반복되지 않으려면

문 회장은 쌀 산업, 나아가 식량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쌀의 가치 제고와 국민들의 인식 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문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권고 등을 고려해 매년 수확기에 연간 쌀 소비량의 17%인 72만 톤 가량을 비축하고 있지만 이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며 “최근의 코로나19 사태에서 전 세계가 경험했고, 과거 1978년 겪었던 소위 ‘노풍’ 피해를 교훈 삼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풍 피해는 과거 정부가 장려했던 통일벼 계통의 ‘노풍’ 품종에 도열병이 크게 확산되면서 높은 가격에 쌀을 어렵게 수입해 오는 등 곤혹을 겪었던 때를 말한다.

그는 “쌀에 의존해 겨우 식량자급률 20%대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쌀 산업마저 무너진다면 국민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며 “쌀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정부의 보호·육성을 위한 지원 확대와 이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농협RPC와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