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KMI 수산업관측센터 부연구위원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11월은 농업과 수산업에서는 전통적으로 상대적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11월은 대략 ‘소설’이 포함된 음력 10월이라 할 수 있는데,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는 ‘농가월령가’에서 이 시기를 무·배추의 수확을 마치고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이며, 바쁜 농번기를 마치고 이제는 집안과 동네의 화목을 도모하는 시기라고 노래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조선 시대와 달리 겨울에도 농산물 생산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과거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됐다고 할 수 있다. 농업과 달리 수산업의 경우는 9월∼다음 해 1월은 연근해어업 생산이 연중 가장 많은 시기이다.
 

그런데 이런 서로 다른 모습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한 해 동안의 결실을 살피고 다음 해의 계획을 시작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가 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특정 품목의 연간 생산량에 대한 전망과 연근해어업 어획량이 100만 톤을 넘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통계가 발표되면 관련 보도가 여러 매체를 통해 발표되어 여론의 주목을 받다가 얼마 뒤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렇다면 연근해어업 어획량 100만 톤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이기에 이처럼 많은 질문과 보도가 쏟아지는 것일까? 관련 자료를 찾아본 결과 이러한 관심은 ‘어업 생산 기반 붕괴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라는 추측을 할 수 있게 된다. 1990년대 150만 톤 수준이었던 연근해어업 수산물 생산량이 2004년 100만 톤 수준으로 급격하게 감소함에 따라 해양수산부에서는 관련 분석을 통해 기존의 상태를 방치할 경우 2015년 이후에는 66만 톤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대책으로 감소한 수산자원을 회복시켜 생산성을 확대하기 위한 ‘수산자원 회복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주식시장에는 ‘심리적 지지선’이라는 용어가 있다. 주식의 가격이 이 정도 수준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이 판단하는 기준으로 이 기준이 깨지게 되면 투매가 발생해 주식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게 된다. 아마도 연근해어업 생산량 100만 톤은 주식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연근해어업 생산량 100만 톤이 그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자원이 일시적으로 특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 가능하냐는 것이다. 2016년 처음으로 100만 톤 이하인 91만 톤 정도가 생산됐었는데, 이 양이 갑자기 100만 톤 이상으로 회복돼 그 수준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접근해 보면 자원 회복은 양적 증대만이 아닌 자원의 질적 향상이 선행돼야 한다. 자원의 크기별 구성, 어미고기의 비중을 포함하는 자원의 질적 향상이 전제되지 않은 양적 증대는 일시적으로 연근해어업 어획량을 100만 톤 수준 이상으로 회복시킬 수는 있지만, 그 효과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5년 시작된 수산자원 회복계획을 살펴보면 도루묵, 낙지, 꽃게, 오분자기를 시작으로 짧게는 7년에서 길게는 10년의 계획을 세우고 어종별 자원회복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자원의 질적 회복에는 최소한 7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목표를 달성한 어종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어종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자원회복이라는 것은 긴 시간 동안의 노력에도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작업인 것이다.
 

지난 9월 국립수산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을 멸치 자원이 작년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멸치 자원의 풍흉은 멸치 어획량 자체에만 그치지 않고 멸치를 먹이로 하는 다른 어종의 어획량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이 발표는 올해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100만 톤을 넘어설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하게 한다. 지난 10월 수협 위판 실적을 통해 추정된 주요 대중성 어종의 생산량 또한 작년보다 많을 뿐 아니라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그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이번에 100만 톤을 넘었다 넘지 못했다라는 결과에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라,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책을 재평가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속성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