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지역별·농가별 생산량 편차 심해…개별 농가 소득 보전 방안 마련해야
올해 쌀 생산량 지난해 대비 6.4% 줄어
농가에 따라 생산량 20~30% 감소도

기상이변으로 피해 빈번
쌀 재해지원금 지급해야
쌀 정부비축미 방출은
자연재해 피해를 농가에 전가하는 꼴

쌀 수급, 가격 안정 위해
중·장기적 재배면적 관리
자연재해 피해 대책 함께 고려해야

올해 쌀 생산량은 3507000톤으로 지난해 대비 6.4% 줄었다. 이는 올해 유독 길었던 장마와 빈번했던 태풍의 영향이 주효했다. 벼 재배면적도 감소했으나 지난해 대비 감소폭이 0.5%로 줄어 쌀 수급관리에 또 다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현장에선 올해 태풍에 지역별, 농가별 생산량 편차가 심해 개별 농가의 소득 보전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쌀 수급가격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올해 쌀 수급 현황과 수급안정을 위한 단장기 대책을 알아봤다.

쌀 생산량이 6% 가량 줄었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다만 현장에서 농업인들이 체감하는 생산량 감소폭은 20~30% 정도인 곳도 있어 지역별 편차가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벼 수확 현장.
쌀 생산량이 6% 가량 줄었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다만 현장에서 농업인들이 체감하는 생산량 감소폭은 20~30% 정도인 곳도 있어 지역별 편차가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벼 수확 현장.

 

# 쌀 생산량, 전년 대비 6% 감소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2020년 쌀 생산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산 쌀 생산량은 3507000톤으로 지난해 3744000톤 대비 6.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년 4012000톤에 비해선 12.6% 감소했다.

앞서 지난달 8일 발표한 예상생산량조사 결과예측치보다 감소폭을 3.4% 더 크게 본 것이다. 당초 통계청은 올해산 쌀 생산량을 3631000톤으로 예측, 전년 대비 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쌀 생산량이 줄어든 건 벼 재배면적과 10a당 생산량이 모두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쌀 재배면적은 726432ha로 지난해 729814ha 대비 0.5% 감소했다. 10a당 생산량도 지난해 513kg에서 올해 483kg으로 5.9% 줄었다. 쌀 재배면적 감소의 주 원인으로는 건물건축과 공공시설 개발 등에 따른 경지 감소와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의 영향 등이 꼽혔다. 10a당 생산량 감소는 낟알이 형성되는 시기에 긴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일조시간이 감소, 기상여건이 악화돼 완전 낟알수가 감소한 것이 주 원인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1당 완전낟알수는 지난해 344개에서 올해 28342개로 5.7%가 줄었다.

지역별로는 강원이 전년 대비 15.6% 감소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고, 전북 8.1%, 충북 7.6% 순이었다. 가장 생산량 감소폭이 적었던 충남도 4.5% 감소했다.

 

# 정부 명확한 시그널 없어...불안감 여전

통계청의 조사결과 발표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도 시장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며 가수요 등으로 인한 수급 불안 확대 시 정부양곡 적기 공급 등을 통한 수급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올해산 쌀 추정 수요량 367만 톤 가정 시 정부 재고는 지난 9월 말 기준 총 95만 톤이며, 올해산 공공비축미곡도 35만 톤을 매입하고 있어 수급상 부족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정부양곡 공급방식과 시기 등 세부사항은 이달 중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고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기준 농협 자체매입은 RPC(미곡종합처리장)의 경우 지난해 대비 86.1%, RPC94.4%, 전체 89.7%의 진도율을 보이고 있다. 생산량 감소율에 비해서도 다소 매입 진행속도가 더딘 상황인데, 대농들이 향후 가격 상승에 대비해 물량을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다수다. 가격 전망이 어려운 상황에서 눈치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농식품부의 발표에 RPC 등 현장에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혼돈된 쌀 시장을 정상화할 구체적인 계획 등을 기대했지만 농식품부가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시장이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농식품부의 대책 발표가 예고돼 있던 터라 기대했지만 이번 발표는 기대 이하다구체적인 물량과 시기, 방법 등의 신호를 줘야 할 때인데 소극적 자세만 취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충북 옥천농협RPC의 박길수 마케팅본부장은 쌀 시장이 너무 과열돼 있다방출을 포함해 어떤 수단을 언제 사용할 것인지 명확히 해줘야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고 사후 있을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통계치와 현장 체감도 차이 여전

이번 통계청 발표를 두고 농업 현장에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통계라며 통계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에 대해선 통계의 문제보다 태풍 등으로 농작물 피해를 입은 지역과 농가를 중심으로 제기된 의혹과 불만이 확대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지역별, 농가별, 품종별 생산량 편차가 워낙 커서 실제로 농가에 따라 생산량이 20~30% 감소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길수 본부장은 계약재배 농가들의 경우 필지당 수확량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 품종별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우리 지역은 농가 수확량이 28% 가량 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남 지역의 한 RPC에서도 생산량이 최대 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통계치보다 훨씬 큰 피해를 본 지역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재해로 큰 손해를 안게 된 농업인들은 비축미 방출을 시사하는 농식품부의 발표에 더욱 불안해 하는 모양새다.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RPC들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농업인들은 정부가 재해지원금 등을 지급할 것과 정부양곡 방출 등 인위적 가격 조정에 성급히 나서지 말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지난 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쌀 가격 상승에도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감소해 농업인들이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있다쌀 재해지원금을 지급하고 정부비축미를 방출하지 말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전남 보성에서 벼농사를 짓는 박옥근 씨는 인건비, 농약 등 농자재 가격이 모두 상승해 아무리 쌀값이 올라도 임대농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정부미를 풀어 쌀값을 잡겠다는 건 자연재해 피해를 농가에 모두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우리 국민이 1년간 소비하는 쌀의 양을 감안하면 쌀값 상승에 미칠 영향은 미미한데 소비자 물가를 잡겠다고 농업인들의 고혈을 짜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 영암·무안·신안)올해 쌀 생산량 감소는 4차례 이상의 태풍과 장마로 인한 자연재난이기 때문에 자연재해에 준해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기적으로 재배면적 관리재해 대책 함께 고려해야

쌀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재배면적의 관리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대책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번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재배면적의 감소폭이 상당히 줄어들었단 점이다. 벼 재배면적은 2010892000ha에서 올해 726000ha로 꾸준히 줄었다. 다만 재배면적 감소폭을 살펴보면 최근 10년 동안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건 전년 대비 4.3% 감소폭을 보인 2011년이었으며, 가장 낮은 감소폭을 보인 건 2012년과 올해로 모두 전년 대비 0.5% 감소폭을 나타냈다. 이처럼 쌀 재배면적의 감소폭이 둔화되는 것은 쌀 소비량 감소세를 감안하면 쌀 공급과잉, 재고량 증대로 인한 쌀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고자 한시적으로 추진했던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마저 없어질 상황이어서 보다 효과적인 재배면적 관리 방안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추진되고 있는데, 2017년과 2018년 벼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각각 3.1%. 2.3% 줄어들었으나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 추진 후 지난해 벼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1.1%, 올해는 0.5% 밖에 감소하지 않아 정책 효과가 미미하단 비판도 일부 제기됐었다. 여기에 사업 추진 이후 콩 재배면적이 20185638ha에서 지난해 58537ha로 늘어나긴 했으나 올해 다시 55008ha로 재배면적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치가 나오면서 정책의 실효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당초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올해까지 연장된 것으로, 농식품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311억 원의 예산을 반영했으나 기획재정부와의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상황이다. 아울러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 추진 과정에선 사업 참여농가가 쌀을 재배했을 때 보다 소득이 낮아지는 경우가 발생하거나 타작물의 공급량이 늘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등 개선과제가 도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쌀 수급과 가격 변동성을 안정시키기 위해 장기적으로 벼 재배면적을 관리할 정책적 대안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쌀 수급 관리를 위해 벼 재배면적을 조절하는 건 벼뿐만 아니라 타작물 재배면적의 조정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 추진과정에서도 벼 재배면적은 줄었으나 다른 곡물의 재배면적이 늘어 공급과잉이 문제 등이 불거지기도 한 만큼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서 부총장은 무엇보다 쌀 수급과 관련해 이번에도 통계청 조사결과와 현장 체감도의 차이가 큰 만큼 관측 고도화와 통계 일원화 등을 통해 농업인이 신뢰할 수 있는 통계치를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의 개선도 신뢰성 있는 통계치 확보가 선행이 돼야 단발성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닌, 영속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쌀 수급과 가격 변동성 안정을 위해 장기적으로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책 강화도 강조된다. 실제로 올해 쌀 생산량이 6% 이상 줄어든 건 벼 재배면적의 감소보단 긴 장마와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의 영향이 크다. 게다가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 규모는 최근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피해규모도 대규모라는 특징이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과 집중호우에 따른 농작물 피해는 20174674ha에서 201855187ha, 지난해에는 8206ha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벼 농가의 주요 자연재해 안정망 기능을 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의 논작물 가입률은 지난해 기준 46.5%, 지난 9월 기준 54.1%으로 절반 수준인 걸로 나타나 가입률을 제고시킬 방안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김정룡 전국쌀생산자협회 부회장은 쌀 농가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재해기금이나 농작물재해보험을 통해 복구지원을 받는데 재해기금은 농약대나 대파대 정도의 소액만 지원 받고, 농작물재해보험은 자연재해로 인한 품위저하는 고려하지 않는 등의 개선과제가 있다면서 농작물재해보험이 보험으로써의 기능을 제대로 하는 지 의구심이 드는 농업인이 많으니 가입률이 저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제언] 박한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

당초 2020년산 쌀 예상량을 3631000톤으로 추정했었는데 생육기 기상악화와 등숙기 기온하락이 실제 수확에 영향을 미치다보니 통계청에서 3507000톤으로 전망한 것으로 보인다.

기상악화로 인해 쭉정이 발생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생육기 잦은 비로 방제가 어려워 병해충 발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10a당 생산량이 지난해 513kg에서 483kg으로 감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단수모형을 기준으로 지난 9월 중순 이후 일조시간과 기상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등숙기 작황이 호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 수확을 해보니 생육기 기상악화의 영향이 그대로 드러나 당초 예상보다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다. 이에 향후 쌀 가격은 지난 580kg 기준 215000원 대비 강보합세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3507000톤에 정부 재고량, 산지유통업체 재고량까지 감안할 경우 전체 물량이 소비량 보다 부족하지 않지만 신곡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강보합세가 전망되는 것이다.

쌀 소비는 10년 간 연평균 2%씩 감소하고 있다. 매년 전체 생산량 대비 8만톤 내외가 줄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배면적 감소폭은 소비량 대비 크지 않다. 올해 재배면적은 지난해 대비 0.5% 감소한 726000ha로 추정되는데 이는 건물건축, 공공시설 등 개발에 따른 경지 감소와 정부의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의 영향 때문이다.

올해 쌀 가격이 지난해 대비 높은 만큼 내년에 벼 재배면적 감소 요인은 크게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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