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경 단국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공중전화 박스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동전을 챙겨본 사람이라면 휴대폰 시장의 거인 기업이었던 모토롤라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당시 휴대폰의 혁신적 경량화와 현대적 디자인으로 시장의 판세를 이끌던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그 당시 위세가 무색하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극히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더라도 그들은 과거의 신화에 안주하며 소비자들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기술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지도, 대처하지도 못했다. 한 기업이 선두 자리에서 밀려나는 일은 있어도 몰락 수준의 도태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한 기업의 이야기지만 현대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교훈을 주는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화훼산업은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영속적인 변화를 거치고 있다. 오랜 선배 화훼인들은 과거의 영화를 추억하고 후배 화훼인들은 또 다른 부흥을 기대하며 각자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화훼산업 진흥 육성과 화훼문화 진흥을 위한 제도적 지원 기반을 마련을 위한 ‘화훼산업 발전 및 화훼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화훼산업법)’을 이끌어 냈다.
 

다만 재사용 화환의 무분별한 유통을 막고, 건전한 화훼 소비 촉진을 가져올 것이라 믿었던 ‘재사용 화환 표시제’는 오히려 생화 소비가 위축되고 조화사용이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부작용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변화를 주도하고자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시대적 상황에서 소비자의 요구를 읽지 못하고 선도하지 못한다면 우리 화훼산업 내에서도 모토롤라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재현될 수도 있다. 
 

화훼 통계를 보면 재배 농가수와 재배면적 등 관련 산업의 시장규모는 줄고 기존 선물용, 행사용으로 사용돼 왔던 화훼는 사치품으로 인식됐다.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청탁금지법 등으로 가성비를 중요시 여기는 소비자들에게 화훼 문화는 점점 멀어져 가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펜데믹은 예상치 못한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으며 화훼 문화와 소비에도 조금씩 변화를 불러왔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실내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집콕 라이프를 위한 기분전환 소비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반려식물, 홈가드닝 등 화훼를 이용한 다양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가드닝 매출이 지난해 대비 32% 증가했으며, 1인가구의 경우 식물 기르기가 인기 여가활동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민들이 무기력해진 일상에서 꽃과 식물 돌봄을 통해 정서적 위안을 받으며 행복감을 느끼는 진정한 꽃의 의미와 가치를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의 화훼 소비가 증가하고 비대면과 다양한 방식의 온라인 구매가 이어지고 있으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의 정보교류가 활성화됨에 따라 지금이 화훼 소비 패턴의 중요한 변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화훼의 품질과 가격 모두를 추구하는 합리적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순간이다.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고품질, 다양한 품목의 화훼 생산이 이뤄지고, 화훼상품을 신뢰할 수 있는 규격화와 품질보증제, 저온유통, 가격정찰제 등이 마련돼야 한다. 더 쉽게 자주 화훼를 접할 수 있는 소비자 접근성 강화와 다양한 유통채널의 구축, 밀레니얼 Z세대의 가치소비에 맞는 화훼 상품과 콘텐츠 개발도 필요하다. 생산과 유통과정에서는 소비자의 요구가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길이 막히면 어디선가 뻥튀기 과자를 들고 나오던 아저씨가 있던 시절 해외에서는 퇴근길러시아워 시간대에 꽃을 든 소녀들이 길가에서 꽃을 팔았다. 퇴근길의 여유와 미소를 전해준 꽃이다.
 

화훼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늘 함께 있었다. 정원과 실내에서 꽃을 키웠으며 이를 소재삼아 이야기를 나누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고,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맑게 해줬다. 코로나 블루로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우울해지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지금 그동안 잊고 있었던 꽃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일상 속에서 꽃을 통해 힘을 얻길 바란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