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와 소통·논의 없는
일방통행식 체결 지적

추가 개방 ‘최소화’
농업에 미칠 영향 ‘제한적’
정부 설명에 의문 제기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정부가 지난 15일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최종 서명하면서 농업계에서는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농업계는 먼저 세계 최대 규모의 FTA(자유무역협정)로 불리는 RCEP을 체결하면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분야에 대해 제대로 된 영향 평가조차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식량주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기후변화와 빈번한 자연재해 발생 등으로 농업분야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농업계의 불안감을 해소할만한 이렇다 할 정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한다.

게다가 농업의 공익적 기능 강화와 확대를 위한 예산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부가 제출한 농업분야 내년도 예산안은 국가 전체 예산안 대비 2.9%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농업계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 농업계와 이렇다 할 협의도 없이 또 다시 일방통행식 체결에 대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RCEP 참여국들과 이미 FTA가 체결돼 있어 우리나라 농업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정부의 설명과 ‘농산물 민감성을 반영해 이미 체결된 FTA 대비 추가 개방을 최소화 했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존 FTA 체결 시마다 정부에서 했던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수입 농산물의 범람은 국내 농산물 가격을 요동치게 만들어 농업생산의 지속성을 무너뜨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전농 관계자는 “RCEP 체결과정에서 농업계와 정부가 어떤 소통을 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더 이상 경제를 볼모로 농업에게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도 “RCEP으로 우리 농업은 직접뿐만 아니라 간접적 영향을 더 받게 될 것”이라며 “국내 농업분야에 미칠 영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어떻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식량주권과 공익적 기능 등 농업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내년도 정부예산안 대비 농업예산 비중은 3%도 되지 않는다며 이에 대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계의 이러한 우려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사례에서도 현실화 된 바 있다. 한·중 FTA를 체결할 당시 국회와 정부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매년 1000억 원씩 조성해 FTA로 수혜를 입는 산업에서 농어업·농어촌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목표 대비 20~30% 수준에 불과한 미진한 조성률로 실효성에 의구심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운천 의원(국민의힘, 비례) 등을 중심으로 민간기업만으로 상생협력기금 조성이 어렵다면 정부가 출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근거법안을 마련하는 노력도 추진되고 있지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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