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민 축산팀장
홍정민 축산팀장

[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최근 모 업체가 아르헨티나 수입백신제품으로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구제역 피내·피하 접종용 백신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시장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구제역 백신 접종과 관련한 예산만해도 국비 432억 원, 지방비 185억 원을 합쳐 600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 관련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돼지의 경우 구제역 백신 접종의 부작용 등으로 그동안 목심 등에서 이상육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관련업계는 연간 1700만 마리 출하를 기준으로 최소 800억 원에서 최대 295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할 정도이니 관심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2000년 이후 발생한 구제역 상황을 들여다보면 2000년 경기 파주·화성·용인, 충남 홍성·보령, 충북 충주에서 소에서 O형 혈청형이, 20101월 경기 포천·연천에서 소에서 A형 혈청형이 각각 발생했다. 이어 2010~2011년 경북 안동을 비롯해 11개 시·75개 시·군에서 소, 돼지, 염소에서 발생했고 6200여 농가 340여만 마리를 살처분하면서 전국적으로 백신 예방접종을 실시하게 됐다. 구제역 백신을 접종한지 10년이 된 상황에서 정부와 농가는 구제역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육 문제를 해결하고, 백신 접종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하고, 동물복지형 축산까지 감안하고, 어떻게 관련 예산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쓸 것인지 등을 함께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올해 구제역 청정국이 된 대만의 사례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대만은 돼지 출하방법이 가축시장에서 생돈 경매 후 도축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90%에 달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경매단계에서 철저한 NSP항체 검사를 실시한다는 점이다.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면 백신(SP)항체가 만들어지는 반면,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감염(NSP) 항체가 만들어지는데 NSP항체는 감염 후 약 10~12일경에 동물의 체내에서 형성된다고 한다.

대만은 경매장에서 1차량당 1마리씩만 채혈해 NSP항체와 SP항체 검사를 실시하고 NSP항체 검출시 OIE(세계동물보건기구)에 보고하며 양성 농장에 대해선 출하농장을 추적해 15마리를 추가 채혈검사하고 임상검사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음성으로 확인될 때까지 통상 1~2개월간 출하를 금지한다고 한다.

수의분야 전문가들은 우리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NSP항체 검사를 실시하되 도축단계에서 현재보다 더 체계적이고 강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또한 백신 항체 형성률, 양성률 등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무엇보다 백신접종프로그램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질병예방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패널티를 피한다는 수준에서 백신접종을 해서는 구제역 청정국은 고사하고 백신접종청정국을 실현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러한 지적들은 실제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농가에게도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멀티니들로 불리는 유침 주사로 구제역 피내·피하 접종용 백신 품목허가를 받은 앞서 언급한 모 업체와 관련해선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만큼 아르헨티나 현지에선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국내 농장 임상시험 데이터는 충분한지, 상시 백신 선정 과정 등은 얼마나 투명하게 진행되는지 등 추후 따져볼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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