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 제주대 생물산업학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에 13개 국내 비료회사에 8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1995년부터 15년 동안 농협중앙회가 발주한 물량 입찰에서 가격을 담합해 16000억 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에 농업인들과 농업단체는 이를 규탄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승소판결을 받았다.

13개 비료회사가 매년 1000억 원이 넘는 부당 이익을 남겼다고 하니 욕을 들을 만하다. 다만 공정위가 국내 비료회사들이 엄청난 부당 이익을 챙겼다고 지적했으나, 이에 대한 근거는 없다는 게 국내 비료회사들의 입장이다. 또한 소송 결과를 떠나 다시 생각해볼 점은 과연 농업인들이 가격 부담이 되는 비료가 국내 비료인지 수입 비료인지이다. 농협중앙회의 비료 입찰제도가 농업인들에게 이익을 주는 제도인지, 국내 비료회사에 이익을 주는 제도인지도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한다.

비료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20kg 한 포대에 15000원짜리 국내 비료도 있고, 10kg4~5만 원짜리 수입 비료도 있다. 어느 비료가 바가지 씌우고 있는지는 덧셈 뺄셈으로 계산해 봐야 한다.

1960년대 초반부터 국내 비료 자급을 위해 국영, 민간 무기질비료 공장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1962년부터 1995년까지 무기질비료 농가 판매가격의 일부를 보조해왔다. 정부를 대행해 농협중앙회가 비료를 공급하면서 자연스럽게 비료 물량과 가격 입찰제도가 만들어졌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농업인은 세계에서 가장 싼 비료를 사용하게 됐다. 국내 비료회사는 항상 의 입장에서 농협중앙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농협중앙회 입찰제도 덕분에 싸게 구입하는 국내 비료의 예를 보자. 농협자재센터에서는 질소 전량 21%, 가용성 인산 17%, 수용성 칼리 17%인 남해화학의 슈퍼 21’ 2종 복합비료는 1만 원이 조금 넘는 가격에 판매한다. 비싼 수입 비료의 예다. 수입하는 질소 전량 6.5% 가용성 인산 6%, 수용성 칼리 19%인 복합비료는 7~8만 원 한다. 국내 비료보다 7배가 넘는 가격이다. 웬만한 수입 비료도 10kg4~5만 원이 넘는다.

농업인은 농협중앙회의 입찰제도 덕분에 수입 비료에 비해 훨씬 싼 가격에 국내 비료를 구입한다. 비료회사는 제조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팔 수밖에 없는 가슴앓이를 한다.

국내 비료회사는 2012년을 기점으로 비료 개발을 포기했다. 품질 개선도 포기했다. 물에 잘 녹는 4종 복합비료를 개발할 계획은 세울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가격으로 외국 비료회사에 회사를 통째로 팔아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국내 비료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공정한 거래는 비슷한 제품을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비슷한 제품을 다른 제품보다 싸게 팔아도 가격 담합이라는 죄목으로 죄를 물으면 안 된다. 공정한 거래는 국내 비료든 수입 비료든 같은 잣대로 가격을 비교하고 감시해야 한다. 이것이 공정위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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