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문제 책임, 낙농가에 떠넘겨선 안돼


추가예산 확보 노력없이 원유 감축만 요구 ‘부당'

국회 예산 확정 후 재논의 예정

[농수축산신문=이호동 기자]

 

원유 감축 문제가 국내 낙농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낙농진흥회의 내년도 사업 계획과 자금수지 예산안(이하 사업계획안)이 생산자 측의 요청으로 유보됐다.

생산자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우유 급식 차질과 더불어 FTA(자유무역협정)가 최근 원유 수급 불안 문제의 주원인임이 분명한 상황에서 감축만을 통해 현 상황을 해결하려는 것은 낙농가에게 모든 고통을 감내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생산자 단체, “추가 예산 확보 노력해야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25일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이창범 낙농진흥회장,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정수용 한국유가공협회장, 정종대 농협축산경제 상무가 참석한 가운데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내년도 원유수급조절예산 150억 원이 포함된 2021년도 사업계획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논의과정에서 낙농 생산자 단체인 낙육협은 지난달 17일 열린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생산자 측의 요구로 진흥회가 제시한 원유 감축안에 대한 의결을 미루고 재상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국회 예산 확정 등 추후 상황을 살핀 이후 총회를 다시 개최해 재논의하자는 의견을 제시, 내년도 낙농진흥회 사업계획안은 일단 유보됐다.

이승호 회장은 현재 원유 수급 불안의 근본 원인은 FTA(자유무역협정) 수입 개방과 코로나19에 따른 학교 우유급식 중단에 있다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진흥회가 추가예산 확보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아 생산자 단체인 협회가 발 벗고 나서 원유수급조절사업 예산 등의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결과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낙농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농식품부에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원유 수급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빠르게 조절해야 상황이 안정화된다면서 낙농 예산 증액에 관련해서도 노력을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유 수급 불안, 생산 과잉 때문 아냐낙농업 지속가능성 생각해야

특히 생산자 측은 원유 수급 불안 문제를 원유 생산과잉으로 몰아가는 농식품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낙육협 관계자는 그동안 원유수급정책을 펼 때마다 농식품부(진흥회)가 설정한 수급안정시점인 2013(2093000) 보다 올해 생산량 예측치(2085000)가 밑돌고 있음에도 생산과잉이 현재의 원유 수급문제의 이유라는 농식품부의 입장 표명에 현장 낙농가들이 분노하고 있다지난해와 비교해 원유 사용량이 0.1% 밖에 감소하지 않았음에도 낙농진흥회와 유업체가 감축에 나선 것은 FTA 수입개방과 코로나19에 따른 유업체 출혈 경쟁 때문임음 방증한다고 밝혔다.

관련 산업 전문가는 낙농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면 무조건적인 감축은 적절한 조치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윤성식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는 현재도 원유를 감축하지 않는 유업체가 있는데 낙농진흥회 소속 농가만 감축을 하라고 하면 농가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경제학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스스로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교수는 낙농 산업은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산업인데 낙농진흥회에서 왜 원유를 감축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특히 낙농진흥회가 관리하는 원유의 양은 국내 전체 원유량의 23% 밖에 되지 않는데 진흥회가 앞장서 얼마를 감축한다고 나서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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