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춘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유통연구팀장

어렸을 적, 동네 작은 술집에선 가끔씩 어른들 간에 말다툼이 일어나곤 했다. 처음엔 서로 상대방 말에 대한 이치를 따진다. 그러다 차츰 언성이 높아지고, 급기야 ! 너 몇 살이야?’, ‘어디서 버릇없이라고 큰 소리가 나면서 논쟁은 끝나곤 했다. 옳고 그름의 다툼이 나이버릇이라는 비이성적인 잣대로 정리돼 온 것이다. 이런 방식의 마무리는 마을의 새로운 질서와 변화를 막는 거대한 성벽 구실을 해왔다.

최근 일부에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려는 목적이 수익 창출이라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면서, 이를 다수의 국회의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마치 너 몇 살이야?’라고 본질과 다른 막장 목소리를 내어 가락시장 시장도매인 도입 논쟁을 종결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시장도매인 거래대금 정산주체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논의도 없는데, 마치 기존의 서울정산()을 통해 정산을 하고, 공사가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기존의 서울정산()은 유통인들이 절반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정관에 따라 이익배당이 금지되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배당을 하지 않는 점은 왜 모른 척 하는가. 단언컨대 공사는 시장도매인 정산수수료를 통해 이익을 취할 수도 없고, 그럴 의사도 없다.

뿐만 아니라 향후 100여개 이상의 시장도매인이 도입될 경우 공사는 이들로부터 받는 수익이 수십 배 많을 것이라 이들은 주장한다. 공사의 수익구조를 조금이나마 이해한다면 이렇게 사실을 왜곡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예로 든 공사의 수입원 중 하나인 시장사용료는 거래물량에 가격을 곱한 금액에 일정률을 반영해 부과된다. 그런데 진행 중인 시설현대화사업은 현재의 물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수준으로 정부의 승인까지 받은 상태다. 향후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더라도 거래물량은 현 수준이므로 공사의 수입은 시장도매인 도입 숫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들 주장 중 공사의 수입원으로 지목한 항목은 왜곡을 넘어 날조에 가깝다. 관리비는 시장 입주자들이 사용한 전기료, 수도료 등 각종 요금을 공사가 선납하고, 똑같은 금액을 입주자에게 받는 금액이다. ‘친환경급식센터는 서울시 대행사업으로 학교급식에 소요되는 비용을 서울시로부터 받는데 매년 수억 원씩 공사예산에서 보태고 있다. ‘시장관리()’는 주차, 교통, 시설물 관리를 하는 자회사로서 모든 비용을 공사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비용 항목까지 수입원으로 날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사가 수익을 올리려 한다면 보다 간명하고 손쉬운 방법이 있다. 20년 이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시장도매인제 시행을 주장하기 보다는 정해진 수입 관련 요율을 조금만 조정하면 된다. 시장도매인제 도입 속내가 공사의 수익 때문이라는 것은 번지수를 한참이나 잘못 짚은 것이다.

시장도매인제는 선진국 거의 모든 도매시장이 도입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도 농업인의 출하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미 2000년에 법에 도입했다. 이들 주장이 맞다면 선진국들이 농업인이 아닌 도매시장 관리자를 위해 이 제도를 선택했단 말인가. 우리 국회와 정부가 공사의 수익 제고를 위해 이 제도를 입법화 했단 말인가.

얼마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가락시장 출하자 1000명에게 물었다. 시장도매인제에 대해 알고 있거나, 경험한 출하자의 72.4%가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가 경매제와 병행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공사의 수익이 아니라 오롯이 농업인의 요구임을 이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본란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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