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부연구위원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최근 전 세계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강화되고 있으며 사람들은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가 아닌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를 논하기 이전에 ‘코로나19’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일상에서 ‘언택트’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말이 발표됐던 2017년 말에는 콩글리시라고 비판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일상용어가 돼버린 것이다.
 

‘언택트’라는 말은 우리 경제생활 속에서도 일상이 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소매업태별 판매액’을 살펴보면 올해 3분기까지의 무점포 소매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전년 대비 32%로 타 업태보다 최소 5배 이상 컸다. 같은 기간 동안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농수축산물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0% 증가했다.
 

그런데 이러한 언택트로 대변되는 비대면 경제활동이 올해에만 나타나고 있지는 않았다. 무점포 소매업의 판매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4% 정도 성장하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의 농수축산물 매출액 또한 연평균 20% 정도 증가하고 있다. 결국 ‘언택트 소비’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늘어나고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속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소매업태별 매출액 증가율보다 온라인을 통한 농수축산식품의 매출액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흔히 소비자들은 품질에 대한 신뢰도 때문에 식품을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여겨졌다. 비식품의 경우 품질이 균일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후에 실제 구매는 조금 더 저렴한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소비가 가능하지만 식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소비자들의 식품 구매 행태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그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소비 구조의 변화는 수산물 유통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수산물 구매, 소포장 단위 소비, 가정간편식을 포함한 즉석 가공식품류 소비 증가 속도의 가속화는 전통적인 수산물 유통 방식으로는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지의 기능을 생산 중심에서 상품의 소분, 단순 가공 등 소비자 맞춤형으로 공급이 가능하도록 확대하고, 소비지 도매시장의 기능 또한 기존의 수산물 수집과 경매를 통한 분산에서 온라인 거래 확대에 따른 물류기지로의 기능까지로 확대하는 것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노후화된 도매시장 현대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물류기지 기능 중심의 시설 개선 추진에 대한 주장은 더욱 힘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해양수산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FPC)와 소비지 분산물류센터(FDC)는 정책적 타당성이 더욱 높다.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구조 변화의 가속화는 이러한 정책의 속도를 더욱 높일 것을 강제하고 있다.
 

첨언하자면 새롭게 운영되는 인천 FDC가 가공·물류기지 기능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수산물 소비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 5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 시장을 배후에 두고 있는 인천 FDC가 시장 수요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산지에 전달할 수 있다면 생산자들의 능동적인 대응을 유도해 수산물 부가가치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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