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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용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종자사업본부 종묘생산팀장
이정용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종자사업본부 종묘생산팀장

 

코로나19의 위세가 연일 만만치 않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확진자 소식은 우리를 위축시킨다. 백신이 개발됐다는 소식에 가슴을 쓰러 내리면서도 아직까지 우리가 바이러스를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것, 그리고 건강한 식사와 운동이다.

바이러스는 인류만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식물바이러스는 약 1000여종에 달하며, 그중 작물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의 종류는 800여종이 있다. 바이러스는 곰팡이이나 세균과 달리 한번 감염이 되면 치료가 불가능하고 이를 방제할 수 있는 약제가 없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식물바이러스는 종자(씨앗)로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종자로 번식하는 작물의 경우 바이러스 병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구마처럼 영양체로 번식하는 작물은 식물의 기관인 잎, 줄기, 뿌리 등으로 번식이 이뤄지다보니 다음 세대로 넘어 갈수록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균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영양번식작물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가 제거되거나 없는 무병종묘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무병종묘를 생산하기 위해 이용되는 기술이 바로 조직배양이다.

그러나 배양을 통해 얻어진 작은 식물체가 실험실내에서 증식돼 외부포장이나 온실(하우스)에서 재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러스 피해가 예상되는 작물을 대상으로 무병종묘를 미리 생산해 보급하는 것이 감염예방을 위한 최선의 전략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2009년부터 고구마를 시작으로 화훼류(백합, 국화, 프리지아 등), 과수류(사과, , 복숭아 등)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약용작물까지 조직배양으로 생산한 무병종묘를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무병종묘는 일반종묘에 비해 생산 수량이 많고 품질도 균일해 농가 수요가 높다. 이에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2018년 전북 익산으로 지방이전하며 연간 200만주 생산규모의 조직배양과 종묘 생산시설을 갖추고 보급을 확대했다. 201631만주였던 보급량을 올해에는 110만주까지 늘렸고, 내년에는 130만주 보급을 목표로 두고 있다.

특히 실용화재단은 2021년부터 수입의존도가 높은 약용작물의 종자자급률 향상을 위해 약용작물 원종을 대량으로 생산, 권역별로 구축돼 있는 약용작물 종자보급센터에 보급할 계획이다. 지황, 단삼과 같은 약용작물은 영양번식하는 작물로 우수한 신품종을 개발해도 농가보급까지 10년 이상의 긴 기간이 소요됐지만 실용화재단이 조직배양기술을 활용한 대량증식에 성공해 농가보급까지의 기간을 현저히 단축시켰다. 코로나19로 건강기능시장 급성장에 따른 약용작물 현장수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에는 주요 작물의 감염병 대응을 위해 종자관리요강에 규정된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무병라인을 구축하고, 조직배양묘 보급을 통해 주요 작물 병해 예방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한다.

또한 기후변화와 급변하는 세계농업시장에 대비, 신 소득 작물을 발굴하고 이에 따른 대량증식체계 구축으로 건전하고 균일한 종묘를 생산해 국내 농업시장에서 공공성과 수익성을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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