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농업과 복지·교육·의료 등 연계 강화해 농업·농촌 한아름 품는다
도시지역, 돌봄조합 등 주민참여형 조직 활성화
농촌지역, 농·수협 주도로 지자체와 협력해
돌봄 취약·인구소멸지역 대상
방문요양·주간보호·요양원 등
'지역 맞춤형 돌봄 서비스' 제공 추진
사회적농장이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대상·방식도 다양해져 주목

[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박현렬기자]

저출산, 고령화, 1인가구 증가, 여성 경제활동 확대 등 인구·사회구조 변화로 돌봄, 건강관리 등 새로운 사회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농촌의 경우 농가인구의 고령화율이 2018년 기준 44.7%에 달하는데다 여성농업인의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서비스의 부족은 농촌이라는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7개 부처 합동으로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 변화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사회적경제조직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사회서비스를 확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에 사회서비스 실태와 정책 방향, 그리고 사회적농업을 통한 농촌의 사회서비스 활성화 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 사회서비스 수요 증가 불구 열악한 공급 구조 한계

정부가 범 부처적으로 사회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데는 수요측면과 공급측면으로 이유를 나눠 볼 수 있다.

인구·사회구조 변화로 돌봄과 건강관리 등에 대한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비스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서비스 만족도 역시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비스 공급측면에서는 민간 위주의 전달체계로는 공공성 확보가 미흡한 점도 문제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사회서비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서비스 사업체 중 57.4%가 개인사업체이고, 법인·단체가 45.1%, 국가·지자체가 1.9%로 국가나 지자체가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

운영여건이 열악한 민간 주도로 사회서비스가 이뤄지다 보니 정작 종사자들의 근로여건도 열악할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적 돌봄의 안정적 공급과 서비스질 확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긴급돌봄, 격리대상에 대한 돌봄 제공 등이 긴급히 필요한 상황이 도래하면서 기존 사회서비스 공급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서비스 공급방식의 구조적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특히 농촌지역은 돌봄이 필요한 노인인구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나 정작 서비스제공기관은 미흡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농촌지역인 면 단위에 병·의원이 없는 지역은 76%, 어린이집이 없는 지역은 35%에 달했으며, 지난해 기준 돌봄이 필요하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공적 돌봄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면지역 농업인만 해도 14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귀농·귀촌의 저해요인이 돼 국가 균형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농경연이 농업인 1121명, 도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시민 응답자 41.4%가 향후 귀농·귀촌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해 전년보다 6.8%포인트 증가한 반면 실제 농업인의 농촌생활 만족도는 60.9%에 불과했다. 농촌생활에 불만족하는 이유로는 ‘주거·생활환경 열약’이 38.7%로 가장 많았고 의료시설 등 의료환경 미흡이 20.2%로 다음을 차지했다.

# 사회적경제조직 활용한 사회서비스 공급 확대

정부는 한계에 직면한 사회서비스 공급방식을 바꿀 대안으로 ‘사회적경제·사회적경제조직’을 선택했다.

사회적경제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 수행하는 민간의 경제활동을 의미하며. 사회적경제조직으로는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 있다. 이들 조직은 민간 조직이면서도 공동체적 가치를 지향하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 발굴과 지역 자원을 활용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도시지역은 돌봄조합 등 주민참여형 조직을 활성화하고 농촌지역은 지역 특성에 맞춰 읍·면 단위 돌봄협의체를 시범 운영하며 복지 등 타 분야와 연계해 사회적 농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중 농촌지역의 경우 농·수협 주도로 지자체와 협력해 시설 접근성이 부족한 면·도서지역 등 돌봄 취약지역과 인구소멸지역을 대상으로 방문요양·주간보호·요양원 등 3단계 모델을 발굴·확산하는 ‘지역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실제 경북 상주 모서농협은 2017년 방문요양 서비스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주간보호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 주간보호 41명, 방문요양 27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관내 주민들로서는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1~2시간에 걸쳐 상주시내까지 나가야 했던 불편함에서 벗어나게 됐다.

충남 아산 인주농협도 지역혁신모델 구축 사업으로 충남도와 아산시의 사업비 지원을 받아 농협 최초로 2019년 5월 요양원을 건립·운영하며 수준 높은 장기요양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1인가구의 증가 등 인구·사회 변화로 각종 사회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사회경제적조직을 육성, 지역사회에 맞는 사회서비스를 개발·공급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1인가구의 증가 등 인구·사회 변화로 각종 사회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사회경제적조직을 육성, 지역사회에 맞는 사회서비스를 개발·공급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 사회적농업·사회적농장 통한 농업·농촌 돌봄·포용성 강화

농업·농촌부문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올 한해 사회적농업·사회적농장을 육성해 농업·농촌의 돌봄과 포용성을 강화하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사회적농업을 통해 농촌지역 돌봄 등 사회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고 농촌지역 서비스 전달체계의 사각지대를 보완해 나가겠다”며 “사회적농업과 복지, 교육, 의료 등의 연계를 강화해 농업·농촌이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농촌이 돌봄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회적농업은 영농활동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에게 돌봄, 일자리, 직업교육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을 말한다. 현재 사회적농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앞서 정책사업으로 농촌지역에서 사회적농업을 실천하려는 농업인 조직에 프로그램 비용, 지역사회내 네트워크 형성 비용 등을 지원하는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을 2018년부터 추진 중이다. 대상 지역에는 연간 6000만 원씩 최장 5년까지 지원한다. 지난해까지 13개 시·도(28개 시·군·구)에 사회적농장 30개소를 지정·육성한데 이어 올해 역시 추가로 30개소를 선정해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 사회적농장들이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의 대상이나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올해 선정된 30개 사회적농장을 살펴보면 충북 충주의 쇠불리 교육협동조합이나 전북 진안의 교육협동조합 마을학교 등은 마을교육공동체가 중심이 돼 장애학생 등을 대상으로 돌봄·교육을 진행하며, 전북 익산의 익산시농촌마을연구회는 지역내 농가가 모여 고령자나 지역아동센터 아동 등을 대상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교통장애인단체인 세종 연동면의 한국교통장애인세종시협회는 직접 사회적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농업은 농업·의료·복지·교육 등 기존 생산에 기반한 농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혁신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사회적농업 경제·사회 분야 소통·협력 기초돼야 확산 가능

이처럼 사회적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

특히 농업부문과 여타의 경제·사회 분야 사이에 소통과 협력이 이뤄져야만 사회적농업이 확산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적농업은 농산물 생산이라는 영농 활동 고유의 목적에 덧붙여 사회적 통합이라는 부가적인 목적을 지니는 다기능 농업”이라며 “사회적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도 경계를 넘나드는 연계와 협력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사회적농업은 그 자체의 혁신적 성격을 유지하는 가운데 확산돼야 하며, 그 결과로 법제 등 상위 수준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실천이 실제로 이뤄지는 하위 수준과 정책·법률이 작동하는 상위 수준 사이의 상호작용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전략적인 적소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농업이 실천되는 현장에서는 중앙행정기관들이 시행하는 사회보장사업과의 연계가 필수며 지자체의 정책 계획에 사회적농업을 촉진하기 위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중앙행정기관이 주관하는 사회보장사업은 300개가 넘는다. 이중 프로그램 공동기획, 서비스 위수탁, 지방 수준에서의 거버넌스 형성, 지자체 수준의 계획 참여 등의 형식으로 사회적농장과 연계할 수 있는 사회보장사업은 46개 정도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중앙행정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지역계발 계획’이나 농촌 주민의 보건복지를 위해 수립하는 ‘농어촌보건복지기본계획’에 사회적농업 관련 정책 과제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달장애인의 특수교육과 직업재활을 목적으로 농촌에서 사회적농업이 결합하는 방식의 정책 사업이나, 사회적농장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농촌형 커뮤니티 케어 정책사업 등을 시범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회적농업이 지니는 특징과 사회 혁신이라는 가치 지향을 유지하려면 농식품부 뿐만 아니라 여러 중앙행정기관이 새로운 법제 틀 안에 포함돼야 한다”며 “법률에 반영할 정책 추진체계나 거버넌스 문제에서도 사회적농업의 관점이 유지돼야 하며 현장에서 조력할 지원 기구를 설치하는 문제도 깊이 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농업 우수 사례>

횡성언니네텃밭 간판
횡성언니네텃밭 간판

# 횡성언니네텃밭 영농조합법인

-여성농업인이 모여 운영…내통장도 갖고 자신감도 회복 '1석2조'

농촌에서 여성은 농사일부터 가정사에 아이 돌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명의로 된 통장 하나 없을 만큼 수동적이고 희생적인 삶을 살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강원 횡성군 횡성읍에 위치한 횡성언니네텃밭은 이런 여성농업인들이 농업의 주체로 인정받으며 적극적인 활동을 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횡성언니네텃밭 조합원인 여성농업인이 손수 재배한 고구마를 소개하고 있다.
횡성언니네텃밭 조합원인 여성농업인이 손수 재배한 고구마를 소개하고 있다.

2009년 시작된 여성농업인 생산자협동조합인 횡성언니네텃밭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에서 운영 중인 농산물꾸러미 사업단이다. 전국 마을, 면 단위 생산자 공동체가 텃밭에서 직접 생산한 친환경 제철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꾸러미로 배송하고 있다.

현재 횡성읍공동체와 횡성오산공체체 조합원 25명과 온라인 판매에 참여하는 장터공동체 5명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연령대도 3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특히 ‘내통장 갖기’를 추진, 자신이 생산·판매한 수익금은 자신의 통장에 입금돼 사회적 약자인 소농 여성 농업인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횡성언니네텃밭은 2019년 사회적농장으로 선정돼 귀촌 여성과 이주여성의 농사교육과 정착을 돕고 반찬가계도 운영하며 마을의 유지·발전을 돕고 있다.


 

야호해남 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농장 간판
야호해남 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농장 간판

# 야호해남 영농조합법인 

-국내외 이주민, 돌봄 매개자로 양성…사회적농업의 돌봄 가치 UP

전남 해남군 현산면에 소재한 야호해남 영농조합법인은 25명의 귀농·귀촌인이 모여 2011년에 설립, 2018년 사회적농장으로 지정됐다.

서울 대학로에서 극단을 운영하기도 했던 전병오 대표는 아내와 함께 서울을 벗어나 2006년 해남으로 귀농했다. 극단을 운영하면서도 소수자, 약자에 관심이 컸던 그는 귀농 후에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적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야호해남 설립의 배경이 됐다. 특히 현산면에는 200가구, 2000명 가량의 이주민 가족이 생활할 정도로 마을 인구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정작 마을 구성원의 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사회적농장을 운영하게 됐다.

해남으로 귀농한 후 이주민을 대상으로 사회적농장을 운영중인 전명오 대표 부부.
해남으로 귀농한 후 이주민을 대상으로 사회적농장을 운영중인 전명오 대표 부부.

현재 야호해남은 국내외 이주민을 돌봄 매개자로 양성하고 면단 위 아동 청소년을 교육하며, 귀농인들을 마을학교 강사로 참여시키는 다양한 사회적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 대표는 “주민 자치활동이나 마을학교, 문화예술교육에도 사회적농업이 가진 돌봄의 가치를 심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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