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사)환경농업연구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김정호 (사)환경농업연구원장
 김정호 (사)환경농업연구원장

농업과 농산업이 어떻게 다른가요?”, “글쎄, 쉽게 말하면, 농업은 1차 산업이고 농산업은 2차 산업이죠.” 얼마 전에 학생이 질문을 해서 교과서적인 콜린 클라크의 산업 분류로 답했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니 농업과 농산업이 다르지 않다. 농업이나 농산업이나 똑같이 땅을 이용해 인간생활에 필요한 식물을 가꾸거나 유용한 동물을 기르거나 하는 산업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행 법률에도 농산업에 대한 정의가 없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하 기본법)에 농업이 정의돼 있을 뿐이다. 기본법 제3조에 농업이란 농작물재배업, 축산업, 임업 및 이들과 관련된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동법 시행령에 세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즉 농작물재배업은 식량작물, 채소작물, 과실작물, 화훼작물, 특용작물, 약용작물, 사료작물, 풋거름작물, 버섯, 양잠업, 종자묘목 등의 재배업이다. 축산업은 동물의 사육업·증식업·부화업, 종축업이다. 임업은 영림업, 임산물 생산·채취업이다. 따라서 산업 분류로 보면 모두 원물(原物)을 생산하는 1차 산업에 해당한다.

요즘 농업경영이 다양화되면서 농업의 범위를 둘러싸고 민원이 많이 제기된다. 특히 축산업은 사육동물이 늘어나 지난해에도 축산법 시행령개정으로 기러기, 노새·당나귀·토끼와 개, 꿀벌 등이 가축에 포함됐다. 그러나 농지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식물공장이나 양봉은 농지법상의 농업이 아니고 농업경영체 등록에서도 제외돼 농업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행 기본법에 농업을 재배·사육업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하위법에서는 농업의 범위에 품목을 추가할 뿐이다. 예컨대 곤충 사육은 기본법에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농식품부 장관·고시 농업인확인서·발급규정에서·곤충·사육농가도·농업인으로·규정해·농업에·포함된다. 이렇게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행정 편의로 관련 법령을 개정했으니 기본법 체계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는 수산 분야가 앞선다. 일찍이 1953년 제정된 수산업법2조에 수산업을 정의하고 어업·어획물운반업, 수산물가공업을 포괄했다. 현행 수산업법에는 1차 산업인 어업(제염 포함)과 양식업, 2차 산업인 수산물가공업, 그리고 3차 산업인 어획물운반업을 포함하고 있다.

다행히 2008년 정부조직 개편으로 기존 농림부의 식품 업무가 대폭 확대되고 명칭도 농림축산식품부로 바뀌었다. 또한 2009년 기본법에 식품산업정의가 도입돼 식품의 생산·가공·제조·조리·포장·보관·수송 또는 판매하는 산업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식품이란 음식물인 농수산물이다.

당시에 필자는 농식품부 관료와 농산업에 대해 논의하면서 기본법에 명시할 것을 주문했다. 식품산업이 바로 농산업이므로 전후방산업을 포함해 제대로 농산업을 규정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기본법 개정은 식품산업에 멈췄고, 현재도 농업 전방산업만을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인 산업화의 가치사슬을 농업에 적용하면 농업·후방산업농업 원물생산농업·전방산업으로·진행되며, 이 과정 전체가 농산업을 구성한다. 농업 후방산업은 종자, 비료, 사료, 농약, 농기계장비 등의 투입재 산업인데, 산업적 지위가 점점 커지는 분야이다. 또한 농업 전방산업에도 유통·마케팅업까지 확장하지 않으면 서비스산업으로서 한계가 있다.

오늘날 우리 농업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팜으로 대표되듯이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기술(BT), 녹색기술(GT) 등 첨단기술이 활용되고, 농축산물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정보화시스템도 기술산업화가 눈부실 정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업 전후방산업의 부가가치가 더욱 커지는 추세다.

농업이 발전하려면 후방산업과 전방산업의 연관이 긴요하다. 현재 농정에 농업과 전후방산업이 대체로 포함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법적 근거가 취약한 정책을 수행하는 셈이다. 2021년 새해의 21대 국회에서 기본법 개정을 통해 농산업정의가 규정돼 명실공히 농산업 정책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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