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민 부경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19세기 초 비교우위이론을 통해 자유무역의 이점을 주장한 고전학파 경제학자 리카도(D. Ricardo)가 지금의 세계경제를 본다면 자신이 옳았다고 좋아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라는 전대미문의 거대 무역기구가 설립되고 자유무역협정으로 전 세계가 그물망처럼 얽혀있는 지금은 분명 자유무역의 전성기이며, 리카도의 승리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지난 세기 말에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와 그로 인한 세계화의 물결이 세계적 생산량과 교역량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키고 전 세계적 잉여의 크기를 키워 온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성과와 효과가 어느 나라의 누구에게 돌아갔는가이다. 따져보면 국가간 부의 불평등과 산업간 불균형의 심화, 자원 고갈과 환경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이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화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일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유무역의 전성시대라고 하지만, 빈곤국은 여전히 가난하고 굶주림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리카도는 선진국의, 대기업의, 중심산업의, 가진 자의 말을 듣고 자신의 이론을 평가하면 안 된다. 세계화가 국가 간, 국내산업 간, 계층 간 갈등을 키우고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보면 리카도에게도 과오가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그렇지만, 수산업은 중심산업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그러하다. 국제경쟁력이 없고,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대기업도 없고 수산인 대부분이 영세한 소생산자에 머물러 있다. 당연히 세계화의 태풍 속에서 수산업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수산업이 아직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수산인들의 피땀 어린 노력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과 국민들의 묵시적 성원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는 수산업이 갖는 다양한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우리 수산업이 어촌사회를 유지하고, 국민이 선호하는 수산물을 공급하는 대체 불가능의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3월부터 이러한 수산업의 기능을 지원하는 공익형직불제가 시행된다. 비록 규모면에서 농업과는 비교가 되지 못하지만 수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식하고 지원수단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공익형직불제가 해야 할 역할은 막중하다. 수산업의 공익가치를 증진하고 국제적 규제 가능성이 있는 수산보조금의 기능을 대체하는 동시에 종사자의 소득안정에도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공익형직불제 도입이 수산업의 지속성 강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이는 공익직불금을 단순 보조금 수단으로 인식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익직불금을 일반 수산정책 보조금수단으로 남용하지 말아야 하며 수산인들 역시 공익직불제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올해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CPTPP 가입에 따른 파고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 협정의 영향이 수산자원과 해양환경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익형직불제 시행이 단순한 보조금이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로나19라는 역풍을 맞고 있지만, 세계화의 거센 파고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생력을 갖춘 수산업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길밖에 없다. 이를 통해 향후 어떠한 글로벌 환경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수산업으로 이행해야 한다. 200년 전 세상을 떠난 리카도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