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이 숙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설 명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방역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예년과 달리 고향 방문을 자제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는 있지만 민족 최대의 명절을 목전에 두고 방역은 한층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병원성 AI는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만인 지난 1일 오전 9시 시료채취일 기준으로 가금농장에서 모두 80건이 발생했고 천안 체험농원과 고양 관상조 2곳의 관상용에서도 발생했다. 특히 야생조류에선 경기 27, 경남 17, 충남·전남 각 11, 전북 10, 제주 5건 등 전국적으로 모두 125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예방적 살처분을 포함해 살처분 농가는 지난달 3124시 기준으로 산란계가 13038000마리, 육계 6167000마리, 육용오리 1735000마리, 종계 1186000마리, 토종닭 687000마리, 종오리 116000마리, 기타 1922000마리를 살처분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고병원성 AI가 여전히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발생의 원인이 1차적으로 야생조류에 있고 예년과 달리 농장 간 수평전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일부 가금농장에서 여전히 시설과 차단 방역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2016~2017년에도 H5N6, H5N8형 고병원성 AI가 기승을 부릴 때 산란계, 육용오리 농장을 중심으로 확산된 적이 있지만 현장의 차단방역 수준이 그동안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여전한 상황이다.

물론 현장의 의견과 주장도 무시할 수는 없다. 대한양계협회는 지난 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가 발생농장 주변 3km 이내에서 무차별적인 살처분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계란 가격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며 살처분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한 이번 AI 발생이 과거와는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고 불특정 지역에서 단독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이어서 농가의 방역 수준이 과거에 비해 월등히 향상됐다는 입장도 피력하고 있다. 이에 더해 3km 이내 살처분 중단과 방역대 재조정을 비롯해 살처분 농가에 대한 조기 입식 등 방역정책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AI 발생 사례를 볼 때 AI 발생 건수가 높다가 며칠 동안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에서도 증명되듯 눈에 보이지 않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방심하는 사이 여지없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계란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최근 정부가 할당관세를 적용해 미국산 계란을 수입하기 시작한 것은 추후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하겠지만 설 명절을 앞두고 가금농장 차단방역에 있어서는 반복되는 실수가 용인돼서는 안 될 것이다. 방역당국과 농가 모두 농장의 시설과 차단 방역 수준, 상황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관리해 설 명절을 앞두고 고병원성 AI를 막는데 전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키워드

#AI #축산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