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최근 지속가능성을 언급하며 육류를 대체하는 식물성 대체 단백질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언론에서 기사화되는 대체 단백질은 주로 미국의 비욘드 미트나 임파서블 버거 등과 같은 식물성 대체육에 대한 것인데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규모가 큰 대체 단백질 품목은 대체육이 아니라 대체우유, 대체 유제품이다. 우유, 요거트, 치즈까지 우유를 대체할 제품이 전 세계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오랜 두유 섭취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대체 유제품과 관련된 전 세계적인 변화에 둔감한 것 같다. 2019년과 지난해 초 유럽 시장조사에서 관찰하고 경험했던 우유, 요거트 상품매대의 붕괴는 충격적일 정도였다. 프랑스 중산층이 주로 가는 마트인 '인터마르셰(Intermarche)'에선 이미 요거트 매대의 3분의 1이 식물성 요거트로 대체돼 있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방문했던 이탈리아의 최대 규모 낙농협동조합의 유가공업체인 '그라나놀로(Granarolo)’사에서는 이미 식물성 우유와 식물성 요거트를 출시하며 유가공 제품 소비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우유가 우유를 전혀 넣지 않고 오히려 우유를 대체하는 두유 제품과 쌀을 소재로한 요거트를 출시한 셈이니 충격적인 상황인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에서 식물성 요거트를 간간이 출시했으나 관능적으로 상품성이 조금 떨어지는 등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제품들이 다수였다. 지난달 풀무원다논에서 상품성이 뛰어난 호상형 요거트를 출시한 후 대형 마트의 요거트 매대에서도 식물성 요거트를 볼 수 있게 됐다. 이 제품은 우유대신 코코넛유를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비건(Vegan) 인증을 받았다. 시식해보았더니 관능적으로도 우수했다. 코코넛 특유의 향이 남아 있으나 질감과 맛 등이 기존 요거트와 매우 유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우유를 소재로 쓰지 않은 요거트는 요거트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는 해외의 사례를 그대로 준용해 풀무원다논의 신제품에는 요거트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 않다. 그러나 기존의 요거트 매대에서 함께 판매하고 있으므로 언제든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다. 
 

향후 국내에서 식물성 대체 요거트 시장이 긍정적이라 판단되는 이유는 우리 국민들 중 장 건강을 위해 유산균을 섭취하고 싶다는 잠재수요는 많은데, 이를 알약의 형태로 먹는 것은 싫고, 일반 요거트는 유당 불내증 때문에 속이 불편해 섭취가 곤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잠재 고객들에게 식물성 대체 요거트는 상당한 강점이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그들이 현재 섭취하고 있는 제품을 대체하라고 설득할 노력도 필요 없다. 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아이들을 위해 구매하라고 거리낌 없이 추천할 수 있다. 풀무원다논의 제품을 시작으로 추후 각 제조사에서 다양한 식물성 대체 요거트를 출시할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 낙농가의 안정적인 경영지원을 위해 수립한 정책인 원유가격연동제는 원유가격 경쟁력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결과 국내 원유 가격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식물성 대체 요거트에 관심을 보인다면, 기존의 유제품 제조사들은 더 빠른 속도로 생산라인을 식물성 대체 요거트 생산으로 옮겨갈 것이 분명하다. 해외에서는 코코넛 말고도 쌀, 오트, 대두 등 다양한 소재로 식물성 대체 요거트를 생산하고 있고, 국내의 경우 이 소재의 가격이 우유에 비해 더 비쌀 이유가 없다.

낙농업계는 코로나로 인한 학교 급식 시장의 붕괴에 따른 충격에 식물성 대체 요거트까지 더해져서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에게 단지 우리 낙농가를 위해 우유를 더 소비해달라는 구호는 더 이상 먹히지 않을 시기에 달했다. 더 늦기 전에 농림축산식품부, 그리고 낙농업계의 혁신적인 변화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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