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 개발 1호 'AI무인매장' 숨은 공신
시행착오 겪으며 끝까지 도전
기술 개발만 3년 걸려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농협은 최근 국내 자체기술로 만든 제1호 AI(인공지능)무인매장을 열고 그 가능성을 시험 중에 있다. 이번 무인매장은 다양한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대기업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농협이 해냈다는 데에서 더욱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엔 3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군분투한 이들의 노고가 숨어 있다. AI무인매장 기술 개발을 주도한 임정환 농협중앙회 IT전략본부 팀장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기술 개발에만 꼬박 3년 

농협이 AI무인매장 개발에 뛰어든 건 2018년이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2016년 말 계산대가 없는 식료품점 ‘아마존 고’(Amazon Go) 모델을 선보인 이후였다.

“당시 아마존 고 영상은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경영진도 큰 관심을 보였어요. 하지만 직접 실행에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였죠.”

임 팀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를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2018년 농협은 소매유통 수익 개선에 대한 고민이 컸던 시기였다. 성과 도출에 대한 확신 없이는 자금과 인력 투자를 할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아마존 고 개발에 엄청한 비용이 투입됐다는 사실은 더욱 투자를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임 팀장은 꾸준히 경영진을 설득했고 현 장철훈 농협 농업경제대표이사, 당시 농협중앙회 기획실장을 비롯한 몇몇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과 지원에 힘입어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 ‘스타트업’의 마음으로 도전

투자 결단 이후에도 어려움은 상존했다. 여전히 ‘실패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컸고, 이에 따른 내부 갈등도 있었다.

임 팀장은 “‘안 되는 걸 무리하게 추진한 건 아닐까’ 싶어 그만 둘 생각까지 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초창기 멤버들이 비운 자리에 신규 직원 2명을 채용해 새로운 마음으로 스타트업처럼 겁 없이 덤벼든 게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조직문화에 젖어 있지 않은 신입들이어서 생각이 자유롭고 도전의식이 살아 있다는 점은 강점이었다. 이렇게 3명이 한 팀이 돼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으며 도전에 도전을 거듭했다.

일반 사업장보다 천장이 높은 실험장이 필요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인천의 하나로마트에 가 2개월이 넘게 온갖 악취, 모기와 싸우며 일했던 경험은 이제는 웃을 수 있는 추억담이 됐다.

기술적으로도 난관이 많아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유통산업 전시회인 NRF를 방문하는 등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생각의 틀을 두지 않고 여기서 얻은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무인매장에 적용해 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재 AI무인매장에는 기존 매장에선 전혀 쓰이지 않는 다른 산업에 쓰이는 부품도 수입, 적용됐다.

# “IT 관련 일, 천직이라 생각” 

이렇게 어려움을 딛고 국내 자체기술 개발 1호 AI무인매장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임 팀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 구매 인식 정확도는 95% 이상이지만 이보다 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상용화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올리고 기술 표준화와 검증 과정, 적대적 공격(AI의 취약점을 공격하는 것)에 대한 실험 등 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농협은 하나로마트 신촌점에 이어 좀 더 넓은 점포에도 AI 무인매장 기술을 적용해보고, 농산물로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임 팀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운 이유다.

오늘의 성과를 내기까지의 원동력이 무엇이었느냐를 묻는 질문에 임 팀장은 “누구도 해내지 못한 기술을 가장 먼저 해내보자는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거창한 원동력은 따로 없고 그저 천직이라 생각하고 내가 좋아 하는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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