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농어업의 발전과 진흥을 목표로 농어업인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만든 기구인 ‘농어업회의소’. 최근 농어업회의소가 농업계의 뜨거운 이슈로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농어업회의소 설치를 법적으로 명문화하는 방안이 농업계는 물론 국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농어업회의소는 앞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국가농정의 기본 틀을 바꾸기 위한 핵심 과제였다. 농어업회의소의 설립을 통해 농어업인의 농정참여를 법과 제도로 보장, 자치농정, 협치농정을 실현하겠다는 비슷한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매번 무산됐다.

당시를 회고하자면 국내에 농어업회의소 설립과 법제화가 시도된 때는 1998년이었다. 당시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며 우루과이라운드(UR)와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시장개방에 따른 농업계의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범 농업계가 참여하는 농어업회의소 설립준비위원회가 구성됐다. 그러나 법제화가 무산되면서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후 10년이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농업계의 의견을 수용, 2010년부터 농어업회의소 시범사업이 도입됐다. 지역에서 중앙으로의 상향식 설립과 농업관련 단체, 지자체, 관련기관의 참여와 합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 세가지 원칙하에 여건이 성숙되면 법제화를 실현한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네 차례에 걸친 시범사업을 통해 현재 기초조직 16개소, 광역조직 1개소 등 총 17개소의 농어업회의소가 설립·운영 중이며 23개소는 설립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사이 국회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를 위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는 못했다. 새로 출범한 21대 국회에서도 법제화를 위한 법안 발의가 이어지면서 현재 신정훈·홍문표·위성곤·이개호 의원이 발의한 4개의 제정법안이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돼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농어업회의소법안의 주요 쟁점에 대해 논의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농어업·농어촌 현장의 의견을 수렴·조정해 정책에 반영하는 대의기구이자 지방농정에 참여하는 협치기구로서, 협치농정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농어업인의 의사와 역량을 조직화할 수 있는 농어업회의소가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좋은 거버넌스(Governance)’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표성·참여성·투명성·책임성·효과성·형평성·안정성 등이 수반돼야 한다. 이중 어느 한 부문이라도 결여시 본래의 의미나 역할이 퇴색될 것이 분명하고 이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모습일지 모른다.

농어업회의소는 농업인단체도 농업인단체연합회도 아니다. 어느 한 단체를 만드는데 법률까지 제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명한 것은 농어업회의소는 농업인, 농업인관련 단체 등의 상호협력을 통해 설립돼야 한다. 여기에 단순히 농업계 대의를 전달하는 기능 이외에 귀농·귀촌, 농지활용, 농촌개발 계획 등의 농정심사에 참여해 농어업과 농어촌을 지키는 주체로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그것이 ‘농어업인의 공식적인 대의기구로써 법적인 지위를 갖고 공식적인 정책파트너로 공적기능을 수행한다’는 농어업회의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길이다. 

아무쪼록 농어업계 일원으로서 농어업인들의 오랜 숙원이기도 한 농어업회의소법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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