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한국농어촌공사 환경사업부장(한국토양비료학회 부회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오는 11일 ‘제6회 대한민국 흙의 날’을 즈음해 흙과 토양을 이용해 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해 본다. 교통 통신의 발달은 지구촌 사람들이 물리적 공동체를 이루게 했으나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을 예방하는 데 있어서는 역기능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부터 인류는 전염병 해결의 역사를 되풀이 해 온 만큼 현재의 팬데믹 상황도 우리 삶의 방식을 재정립, 리셋하는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해 접종을 시작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이번 팬데믹이 생기게 된 원인은 인류가 화석연료 등 한정된 자원을 무분별하게 이용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져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 된 데 있다. 그에 따른 생태계의 파괴는 그동안 차폐됐던 야생동물 숙주와 인간집단과의 접촉을 유발시켰고 준비되지 못한 인류는 바이러스에 노출돼 심각한 실존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데 흙이 활용될 수 있다. 

흙의 기능 중 ‘탄소 저장’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와 연계할 수 있다. 이와 관련 2015년 11월 파리에서 개최된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식량안보와 기후를 위한 0.4%의 토양 탄소(4 per mille Soils for Food Security and Climate)’ 의제를 공표한 바 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연간 8.9Gt(총톤수)의 탄소가 배출되는데, 이 배출량은 토양 2m 깊이 내에 저장돼 있는 탄소량(2400Gt)의 0.4%에 해당하므로 매년 토양 보전을 통해 탄소 저장량을 0.4% 증가시키면 화석연료에 의한 탄소 배출량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탄소 중립은 토양 중 탄소함량을 4%도 아닌 0.4%만 증가시키면 달성할 수 있다는 단순한 계산이다. 물론 전세계 2m 깊이 내의 토양의 탄소함량을 매년 0.4%를 높인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다만 토양 탄소 저장능력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흙을 다시보자는 것이다. 요즘 소위 유행하는 위대한 리셋을 해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우리나라 국가 장기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수립해 국제연합(UN)에 제출한 바 있다. 시대가 탄소중립의 시대이다. 토양관리를 통한 탄소중립을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한다. 토양 리셋이 탄소 중립에 일조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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