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상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대략 10년 전이었을까. 고속도로를 지나다보면 “산에 돈이 있다”라는 산림청 산하 관리소의 홍보용 현수막이 심심찮게 눈에 띄곤 했는데 어느덧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이 슬로건은 당시 산림청의 열정과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임업인들의 절실함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런 임업인들의 자조적 토로를 수용하기 어렵다. 웬만한 임업인이라면 수 만 혹은 수 십 만평의 토지를 소유하고, 오랜 기간 대를 이어 산림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이미 그들이 소유한 대부분의 산림은 울창한 성림으로 자라 언제든 입목 수확이 가능한 자산으로 보인다.

쾌적하고 청정한 숲에는 다양한 약초나 산채를 재배할 수 있는 공간이 널려 있으며 생태계 유지, 대기정화, 수자원 순환, 휴양공간 제공 등 산림생태계서비스 기능 관련해 다양한 비즈니스 컨텐츠가 차고 넘친다. 게다가 이 숲들은 매년 국내총생산액의 11.7%에 해당하는 216조 원이라는 엄청난 공익적 서비스기능을 창출한다고 하니, 누가 봐도 임업인들은 대단한 자원을 가진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돈이 돌지 않는다는 임업인들의 절박한 호소가 국가통계에 의해 객관적 사실로 입증되니 그것이 아이러니다. 국내 전 산업부문에서 임업인의 소득수준은 이미 꼴찌로 전락한 지 오래고, 그나마 순수한 임업소득은 그들이 연간 벌어드리는 소득의 35%에도 미치지 못한다. 
 

임업인들은 이런 현실적 문제를 야기하는 주된 원인으로 충분한 검토 없이 양산되는 산림관련 규제정책을 일 순위로 꼽는다. 임업인들은 공익성이 강한 임업의 특성을 이해하기에 사유재산권이 일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충분히 공감하고 수용한다.

하지만 갈수록 난해해지는 행정실무와 규제 강화가 수익성 낮은 임업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이러한 규제들 중 상당수가 정상적 임업활동을 필요이상으로 억압하거나 강제하는 것들이다. 더욱이 이러한 규제로 인한 토지의 자산 가치 하락까지 겪고 있다.
 

부득이 사유재산권 침해가 불가피한 경우 규제의 범위를 최소로 한정하고,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벗어나는 경우 반드시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하지만 산림관련 행정법 혹은 위임입법 조항들이 헌법정신을 넘어 행정편의용으로 양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편 임업인의 산림비즈니스를 위한 시장상황은 어떤가? 1970년대 말 국내산 원목에 대한 어떤 보호조치도 없이 시작된 원목수입자유화정책은 아직까지도 국내산 목재의 시장가치 형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대하다. 산림공익사업이라는 명목의 산림휴양, 산림레저 등 상품성 높은 산림서비스 시장은 임업인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이미 지난 1980년대 이래 산림청과 지자체들의 독과점체계로 선점되어 거대한 진입장벽이 형성된 탓이다.
 

수익성이 낮은 1차 산업 중심의 사유림 경영만으로는 임업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산에 돈이 있다’는 슬로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유림 경영활동을 고무하는 과감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임업관련 과잉 규제를 철폐하고, 임업인들에게 다양한 산림생태계 서비스시장을 열어주는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 임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반구축 및 지원 정책을 토대로 임업인의 자율성을 확대해 가는 것이 사유림경영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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