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민 부경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산업화 이후 인류가 직면해 온 여러 문제들 중 식량, 환경, 자원문제는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난제들이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이들 문제가 특정국의 개별적 문제에서 이제는 인류 공통의 과제로 인식하게 됐다는 점이다. 20세기의 녹색혁명을 통해 인류가 식량의 절대 부족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상대적 부족으로 인한 고통은 여전하다. 오히려 전 세계적 산업화의 물결 속에 소비패턴의 동질화는 특정 식품의 부족과 자원 고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식량문제가 환경 및 자원문제와 결부돼 그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업은 자연물을 대상으로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한다는 점과 수산물에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산업화 이후 급속히 성장해 왔다. 그에 따른 과잉 개발로 인해 전 세계 어획량은 이미 한계에 달했으며 대안으로 각국은 양식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양식업 역시 무한정 성장할 수는 없다. 우선 양식업은 기술적, 경제적 면에서 한계가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60여 종이 양식되고 25개종이 국제적으로 활발히 거래되고 있으나 기술적 제약과 수익성의 문제로 새로운 양식종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여기에 어획과는 달리 양식업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지속 가능한 어업은 식량, 환경, 자원 등 모든 면에서 인류의 보편적 과제이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해양수산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해양을 통한 청색일자리(Blue Job)의 창출, 친환경식품 소비를 통한 청색소비(Blue Consumption) 운동, 양식업의 성장을 통한 청색혁명(Blue Revolution)의 실현 등을 추구해 궁극적으로는 청색경제(Blue Economy)로 이행하자는 것이다. 
 

청색경제란 저탄소 녹색성장을 의미하는 녹색경제(Green Economy) 이후를 대비하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미래학자 군터 파울리(Gunter Pauli)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혁신적인 모델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한 자연생태계의 순환시스템을 따라 하는 경제이다”라고 정의한 바 있다. 
 

좁은 의미에서 청색경제 즉, 블루 이코노미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해양을 이용하는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인류의 마지막 프런티어라 일컬어지는 해양을 기반으로 미래의 성장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 미래학자와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해양 관련 경제의 의미로 많은 담론이 이뤄지고 있다. 마이클 조로프(Michael Joroff) MIT대 교수는 “블루 이코노미는 생태적,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해양의 상업적 개발 및 이용 모델이다”라고 정의한 바 있다. 미국 미래연구소의 안소니 타운센드(Anthony Townsend)는 “블루 이코노미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해법으로서 향후 전통자원 공급의 한계로 인해 해양이 신성장의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다는 생명의 고향이지만 정작 인류에게는 미개척지로 남아 있다. 이제까지의 항해와 어로의 대상에서 앞으로는 인류의 난제인 식량, 환경, 자원 등의 문제 해결은 물론 에너지, 건강, 여가, 공간활용 등 무궁무진한 다원적, 복합적 이용의 대상으로 바다를 활용해야 한다. 오래전 고래가 바다로 돌아갔던 것처럼 우리 인류가 당장 바다에 정착할 수는 없지만, 인류의 미래가 바다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바다를 통한 청색경제로의 이행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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