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최근 쌀 시장이 딜레마에 빠졌다. 정확히는 쌀산업 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연초부터 쌀이 모자라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리더니 최근에는 일부에서 정부의 타작물재배사업으로 콩 값이 뛰어 두부가격이 폭등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비지에서는 쌀 등 일부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다 보니 물가상승의 주범으로도 몰리고 있다.

농산물은 기후의 영향이 큰 품목이다. 그러다보니 이상기후로 수급이 불안, 가격이 오르면 농산물이 마치 물가상승의 주범인 양 집중 포화를 맞는 일이 다반사다. 분명한 것은 농산물의 특성상 국민들이 자주 구입하는 먹거리로써 체감도가 높을 뿐이지 물가 상승의 주범은 아니다.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특히 타 작목도 마찬가지겠지만 주식인 쌀은 그 대표성만큼이나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기도,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쌀과 관련된 정책을 마련할 때 무엇이 고려돼야 할까. 우선 가격의 급등락을 방지하면서 쌀 생산농가의 소득과 경영도 안정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수급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또한 소비자나 가공유통업체에게는 쌀이 부족하지 않게 공급해야 한다. 적정한 재고처리로 추가적인 비용발생을 억제해야 하고 근본적으로 쌀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갈수록 줄고 있는 쌀 소비도 확대해야 한다.

이 모든 게 연결돼 있겠지만 굳이 나누자면 △가격 급등락 방지 △농가소득·경영 안정 △수급 균형 달성 △지속적인 공급기반 마련 등이 식량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은 어떠한가. 먼저 통계청이 2020년산 쌀 생산량을 최종 발표한 지난해 11월로 되돌아 가보자. 당시 통계청은 긴 장마, 연이은 태풍, 병충해 등으로 2020년산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6.4%, 23만7000톤이 감소한 350만7000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그 원인으로 재배면적(156만4797㏊)이 전년보다 0.5% 줄었음에도 생산량 감소가 예상보다 더 컸던 점을 꼽으며, 흉년의 원인이 이상기후의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쌀값 역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사전 예측한 2020년산 추정수요량이 밥쌀용 291만 톤, 가공용 28만 톤, 비축용 등 기타 48만 톤 등 총 367만 톤일 것으로 보여 2020년산 350만7000톤에 정부비축 95만 톤을 고려하면 공급여건은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았다. 쌀값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은 사실로 나타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kg 기준 5만504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높았다.

또 생산량이 줄다보니 단기적으로 공급여력도 부족해 가공유통업체에서 원료곡이 없다는 원성이 여기저기서 일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가 사전에 쌀 수급안정 대책을 마련, 정부비축미 37만 톤 범위내에서 지난 1월부터 단계적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뚜렷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아직까지는 정부비축미의 공급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월까지 정부비축미가 단계적으로 풀리면 쌀 수급이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가 부디 맞기를 바란다.

다만 걱정되는 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상기후로 흉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처럼 쌀 생산량이 2년 연속 급감한다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물론 반대로 올해는 별다른 이상기후가 발생하지 않아 정상적인 쌀 생산이 가능할 수도 있다. 정책당국으로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식량정책에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국민의 먹거리, 그것도 식량을 다루는 정책은 최선보다는 최악을 상황을 염두해 두고 설정해야 할 듯 싶다. 한해 농사가 시작되는 영농철이다. 코로나19, 이상기후 등 어려움은 여전하지만 부디 올해는 주곡인 쌀을 생산하는 이도, 소비하는 이도 모두 안심할 수 있는 한해가 될 수 있도록 농정당국이 힘써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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