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탄소를 줄여라!”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정부 각 부처는 앞 다퉈 탄소저감 방안을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발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이를 위해 기후변화 대응 농업·농촌분야 2차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하지만 계획을 단순히 수립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위한 계획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열린 국회 업무보고에서 농식품부는 1차 기본계획 실적이 형편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온실가스 배출 현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축분뇨처리 등에서는 오히려 늘어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2차 기본계획에서는 실천 가능한, 현실성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있었다.

최근 농업분야 탄소중립 계획은 핵심을 건드리지 않은 채 성과를 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농업분야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가축의 소화작용과 분뇨, 수도작 등과 관련한 탄소배출 그리고 화석원료 즉 면세유는 너무도 민감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탄소배출은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우선적으로 화학 농약과 비료의 사용을 줄이는데 방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의 사용량을 무조건적으로 줄이는 것은 농업의 생산성에 문제를 야기할 소지도 있다. 이에 정밀농업을 통해 남용되는 화학 농약과 비료를 줄이는 것으로 방향이 설정되고 있지만 전달되는 메시지는 ‘화학 농약과 비료의 사용을 줄이자’ 뿐이다.

하지만 실제 이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남용되는 화학 농약과 비료의 양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 정밀농업을 통해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의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지가 필요하다. 아울러 농약과 비료 사용 변화(줄이는 것)가 전체 농업 생산성 또는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조사도 이뤄져야 한다. ‘일단 줄이자’는 식은 결국 계획을 위한 계획이 될 공산이 크기에 곤란하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말 그대로 탄소발생과 탄소흡수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이다. 농업·농촌분야 탄소중립 노력은 농업의 탄소발생과 흡수 현황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자료의 확보에서 출발해야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탄소저감만을 좇기 보다는 탄소흡수를 늘리는 방안을 보다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의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를 더욱 높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기후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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