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역임하시는 등 오랫동안 국가 경제와 국정 전반을 살피셨다. 국가 전체에서 농업·농촌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사회는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불평등과 저출산 여기에 고용불안정과 소득 감소로까지 이어져 낮은 국민 삶의 질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앙집권과 수도권 밀집으로 지역불평등과 도농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환경오염, 자원고갈, 생물종 멸종 등 전 지구적인 위기까지 커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대전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농업·농촌은 이러한 문제해결과 대안마련을 위한 중요한 핵심키워드라는 생각이다.

‘농업·농촌이 블루오션이다’라는 말이 있다. 최근 들어 농업·농촌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도시의 ‘배출요인’인 경기침체, 일자리감소, 높은 생활비용 등을 농촌의 쾌적한 환경, 대안적 삶이라는 ‘흡입요인’이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농업을 과도하게 산업적인 시장논리 만으로 재단해서는 안된다. 또한 농촌은 우리 모두가 출발한 곳, 생명을 가능케 하는 곳이자 곧 자연이다. 도시에서의 단절된 삶은 온전한 삶보단 분열된 삶이라고 본다. 농촌은 도시와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미래가치와 새로운 경제활력을 창출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 대내외적 환경변화로 농업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어떤 측면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농업생산 즉 1차 산업만으로 농가소득을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농업·농촌의 자생적 산업발전 경로 창출과 일자리 창출 등 농촌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농업의 6차산업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오래전부터 강조해 왔다. 즉 농업생산을 넘어 생산된 농산물을 가공하는 2차 제조업에 판매나 체험관광 등 3차 서비스산업을 융복합, 6차 산업화해 농업·농촌의 부가가치를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농업의 6차 산업 창업경영체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이를 통해 농가소득의 다각화를 꾀해야 한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스마트농업으로의 전환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현재 스마트농업과 관련해 기술 측면에서 진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무관하게 온습도 조절 등을 세팅하는 등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것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지는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는 생각이다. 일반화해서 모든 농업에 적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주목할 부문은 스마트농업은 농촌의 고령화와 인력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으로도 제시된다는 점이다. 농촌현장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결국 고령화와 인력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린농업과 관련, 과거의 성장중심·에너지 과소비형 발전모델을 패시브하우스나 에너지자립 마을 등 다양한 지역기반의 전환프로그램으로 전환,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절약형 공공교통을 확대하고 농촌형 교통모델도 구상해야 한다.

# 최근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해 지방소멸, 농촌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소멸, 농촌소멸에 대한 식견은.

“1차적으로는 왜 농촌을 떠났는지를 파악해야 하고 그다음엔 어떻게 돌아오게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고용기회, 교육기회, 도시에서의 편리한 생활과 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시 농촌으로 돌아온다고 할 때 그와 유사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농촌 생활이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농촌은 주거, 자녀교육, 의료, 문화 등의 제반 여건을 갖추기엔 취약한 상황이다.

농촌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핵심 3요소는 주거와 교육, 의료문제다.

주거문제의 경우 '농촌형 공공임대주택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경남 함양 등에 에너지 자립 패시브하우스가 있다. 패시브하우스는 월 사용료가 보증금 100만 원에 월 8만 원 가량이다. 농촌은 땅값이 도시에 비해 낮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이를 보급할 수 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적 배려와 사회적기업 등의 동참을 통해 농촌 주민들에게도 좋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농촌형 공공임대주택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면 농촌주거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미국 미네르바 스쿨의 경우 6개 도시에 캠퍼스가 있으나 수업은 각자 온라인으로 듣고 오프라인에서 만나 토론하고 지역을 순회탐방하는 등 효율적인 교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의료가 문제인데 스마트의료와 예측의료 기술을 발전시켜 긴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의료기술을 통해 장비를 착용,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있게 하고 고령자들에게는 예측의료 기술을 적극 적용해 혈압, 체온, 혈액검사 등을 체크해 자료를 받고 위험 수치에 도달한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은 긴급 후송을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지속가능한 농업ㆍ농촌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청년세대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청년농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부분은 청년들 자신의 동기가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산지원 사업에만 의존하면 거기에 안주하고 매달리다가 주저앉을 수 있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되 청년들 자신의 삶의 계획이나 농촌에서 살면서 일을 해야겠다는 각자의 결심, 동기, 목표, 계획 등이 뚜렷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바탕위에 귀농한 이들을 위해 영농기법이나 경영지원 등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한 일종의 창업스쿨을 운용,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와 함께 6차산업, 스마트팜 등 다양한 교육을 추진하고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 사회공헌기업 등이 참여해 지원하는 정책추진도 요구된다.”

# 마지막으로 농업계에 전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농업은 인간의 근본과 관련돼 있다. 농업·농촌은 뿌리에 관한 문제이며 사람이 죽고 나서 돌아갈 곳에 대한 문제다. 농업·농촌의 진정한 가치를 매순간 확인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음식, 공기, 물을 통해 나는 늘 자연과 연결 돼 있고 그 근본이 농업·농촌이라는 인식을 국민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농업계가 힘을 모아야한다.

농업·농촌을 단순 산업으로 좁히지 말고 여러 요소가 연결하고 융복합해 그 흐름을 도시와 농촌이 연결되는 순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 성경륭 한림대 명예교수는…

[약력]

-서울대 문학사
-서울대 행정학석사
-스탠포드대 사회학박사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
-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현 한림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