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 주범으로 낙인찍히며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리농가들이 이번에는 분변처리로 또 한번 울고 있다.

정부에서 예방적 살처분 농가의 경우도 AI 발생농장과 마찬가지로 축사내 퇴비를 모두 축사 밖으로 반출한 이후 재입식을 허용하면서 퇴비처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리농가의 경우 퇴비를 관리하기 위해 오리 사육 중에도 수시로 유용미생물을 넣고 주기적으로 로터리 작업을 해주면서 분변을 부숙시키는 방식으로 최소 3~7년 이상 깔짚을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예방적 살처분 농가에게까지 일괄적으로 퇴비를 치우라는 명령으로 오리농가들이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전남의 한 농가에 따르면 4만 마리 기준 약 87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니 오리를 재입식하기 위해 너무나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장에서의 얘기로는 미생물 발효 시 8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 바이러스가 있더라도 사멸하는데다, 실제로 농가마다 3차례가 넘는 정밀검사에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하니 농가들의 억울함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오리농가들은 매해 초긴장 상태로 겨울을 맞는다. 이번 AI 발생 농가 중에는 본인 외에는 농장 방문 자체를 삼가고 외부인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것으로 유명한 지역의 한 오리농가도 있어 인재(人災)가 아닌 천재(天災)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리농가들이 이제는 재입식을 위한 도약에서도 분변처리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게다가 오리 분변처리를 하는 위탁 처리 업자들은 때 아닌 특수에 비용을 올리며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하니 비분강개할 노릇이다.

오리농가들은 AI의 주범이라는 낙인을 벗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차단방역을 한다. 그들을 위한 대책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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