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소통·눈으로 직접 신선함 확인…구매전환율 10% 기록

비료사용량·토양 온습도 등
최적화 수준 적용…비용 줄고
생산성 크게 향상 ‘스마트팜’ 덕분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2020년 3조 원, 2023년 8조 원.

이베스트 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추정한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다. 라이브커머스는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전자상거래(e-commerce)’의 합성어로 채팅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상품을 소개하는 방송이다. 비대면 양방향 소통방식으로 최근 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네이버의 ‘쇼핑라이브’, 카카오의 ‘톡 딜라이브’, 티몬의 ‘티비온’ 등이 있다.

특히 라이브커머스는 산지의 모습을 그대로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농축수산물 판매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활발하게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지난달 30일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오이를 판매하는 농가 현장을 찾아봤다.

이경주 대표가 그린랩스 소속 진행자와 함께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하고 있다.
이경주 대표가 그린랩스 소속 진행자와 함께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하고 있다.

# 최적화로 비대비용 절감

라이브커머스 방송이 시작되기 10분 전인 오전 10시 50분. 천안시 목천읍에 도착했다. 산방천을 옆에 두고 농로로 들어서니 해밀팜 농장이 보였다. ‘스마트팜에서 생산한 오이를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통해 판매한다’는 얘기가 사뭇 궁금했다.

스마트팜이라 했지만 하우스 외관은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다. 몹시 분주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라이브방송이 처음이라는 이경주 해밀팜 대표를 제외하고는 다들 차분한 모습이었다. 하우스 내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건 핸드폰으로 간편하게 온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개폐장치와 분무장치 등이 보였다. 깔끔한 모습의 내부시설을 둘러보면서 이 대표로부터 농장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들을 수 있었다.

“5년차 오이 농사꾼입니다. 지난해 8월 그린랩스의 팜모닝 스마트팜을 12동, 5950㎡(약 1800평) 면적에 도입했습니다. 이쪽에 보이는 환풍기, 무인방제기 등을 자가 설치했고, 고설배지용 양액기를 사용해 비료비도 연 1200만 원에서 200만 원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비료사용량, 토양 속 온·습도, 지하수 등 작물생육과 밀접한 정보들이 모여 최적화된 수준으로 적용하면서 세세한 비용이 줄고, 생산성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스마트팜을 도입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하기에 용이해졌다는 것이다. 이어 자동제어 방식 덕분에 노동력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 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호응까지 얻고 있다는 설명을 들을 때쯤 누군가 ‘1분 전’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깔끔한 모습의 스마트팜 하우스 내부. 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자동개폐 장치와 분무장치 등이 보인다.
깔끔한 모습의 스마트팜 하우스 내부. 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자동개폐 장치와 분무장치 등이 보인다.

 

# 소통하는 재미에 시간 순삭

진행자의 밝고 경쾌한 하이톤의 목소리로 시작된 라이브커머스 방송은 순식간에 눈과 귀를 고정시켰다. 서울에서 텃밭을 즐기던 이 대표가 우연히 이곳에 캠핑을 왔다가 귀농을 하게 된 사연을 시작으로 해밀팜 농장의 스마트팜 시설과 왜 이곳에서 생산된 오이가 신선하고, 맛있는지에 대해 지루할 틈 없는 입담과 설명이 이어졌으며 시청자들의 질문과 요구에 바로 바로 응답하는 모습은 연신 웃음을 자아냈다. 거기에 오이로 만드는 음식과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에 대한 소개는 물론 이 대표의 깨알 같은 개인기까지 더해지니 1시간이라는 방송시간은 말 그대로 순식간에 삭제됐다. 시청자들의 호응은 시청자수 대비 구매자수인 구매전환율로도 이어졌다. 통상 3% 정도 나온다는 구매전환율은 이날 10% 가까이를 기록했다.

이 대표가 이번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스마트팜을 설치한 그린랩스가 있었다. 그린랩스는 팜모닝이라는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 스마트팜 설비는 물론 농장분석, 농가경영 컨설팅, 유통 판로 확보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회원농가를 대상으로 그린랩스 스토어를 통해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지원, 인기를 모으고 있다.

“판로가 가장 큰 걱정이었죠. 처음에는 가락시장에 출하를 했었는데 좋은 품질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들쭉날쭉 했습니다. 현재는 작목반 단위로 농협을 통해서 공동출하 중인데 판로는 늘 고민이었죠. 그러던 중 그린랩스에서 라이브커머스를 제안했습니다. 기획부터 촬영까지 열심히 도와줘서 오늘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대표는 첫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마친 소감을 이같이 전하며, 그린랩스 스텝들과 오이데이에 다시 방송을 하자고 약속했다.

라이브커머스 방송은 실시간 방송이 끝나도 방송 영상이 쇼핑플랫폼에 남아 구매를 지속적으로 유도한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해밀팜 방송이 남아있는 쇼핑라이브 화면.
라이브커머스 방송은 실시간 방송이 끝나도 방송 영상이 쇼핑플랫폼에 남아 구매를 지속적으로 유도한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해밀팜 방송이 남아있는 쇼핑라이브 화면.

 

# [미니 인터뷰] 이경주 해밀팜 대표

- 급변하는 농산물 환경,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스마트팜의 장점은 작물이 좋아하는 환경을 최대한 맞춰주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영양분과 호르몬을 공급하지 않아도 작물 스스로 호르몬을 만들어낸다는데 있다. 이는 농산물이 싱싱하고, 본연의 맛을 강하게 낼 수 있는 비결이 된다. 생육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는 절대값인데 반해 사람의 느낌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농업 환경도 위생과 안전, 편리함이 강조되고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표준화된 데이터를 축적하고 적용해 최적화하는 것이 앞으로 농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농산물 유통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적응하고,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라이브커머스는 이러한 측면에서 또 다른 판로가 하나 더 생긴 것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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