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간편식 시장, 급격히 변화하며 발전

-경쟁자보다 소비자 욕구 파악해 성장할 수 있는 상품 기획하면 시장에서 우위선점

 

2016년 CJ제일제당이 출시한 상온 레토르트 국탕류 제품들은 우리나라 간편식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출시 당시 신선한 채소의 식감을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의 특성상 레토르트 국탕류에 대한 선호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 추측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비비고는 육개장, 사골곰탕 제품을 중심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이에 많은 제조사들은 레토르트 국탕류 제조 시설을 갖추며 해당 제품 카테고리에 뛰어들었다. ‘가정 간편식이 엄마의 손맛을 이겼다’는 집밥 1.0 시대의 시작이었다. 이후 상온 레토르트 국탕류 카테고리는 국내 가정 간편식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며 발전을 한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내식의 비중이 늘어난 소비자들은 간편식에 대한 새로운 욕구를 가지게 되었다.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며 아이들이 급식이 아닌 내식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되자, 현행 간편식을 중심으로 한 식단으로는 지속적인 내식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주부들이 늘었다. 
 

특히 레토르트 국탕류는 제조 공정의 특성상 채소류의 신선한 식감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특유의 살균취로 인해 반복적인 섭취에 금방 물린다는 의견이 많다. 코로나 시대에 들어서 좀 더 신선하고 건강한 느낌의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집밥 2.0의 시대가 열렸다. 집밥 2.0 시대에서는 신선 밀키트 시장이 확대되고 냉동 간편식의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2020년 말 기준 국내에서는 1000개가 넘는 일상식 밀키트가 출시, 판매되고 있다. 밀키트에는 조리 없이 손질된 신선 식재료가 들어 있어 조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간편식과 구분된다. 전체 밀키트 제품 중 90% 정도는 냉장, 10% 정도는 냉동으로 판매된다. 냉장 밀키트의 경우 평균 가격은 1만4000원대로 일반 간편식에 비해 고가로 판매된다. 간편식의 경우 3~5분 정도의 가열 후 섭취가능 하지만 밀키트의 경우는 평균 13~15분 정도의 조리 행동이 필요하다는 불편함이 있다. 
 

그러나 원재료의 신선함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밀키트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한편 냉장 밀키트의 경우 유통기한이 이틀에서 일주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이에 대한 제조사와 유통사의 고민이 있으며 냉동 밀키트의 비중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상온 레트로트가 절대적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던 국탕류 간편식 카테고리에서 밀키트 중심의 냉장 제품의 비중이 늘고 있으며 가장 시장 규모가 작은 냉동 제품의 비중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냉동 국탕류의 경우 유통기한이 길고 살균취가 없다는 관능적 이점이 있어 갈비탕, 곰탕 등의 메뉴를 중심으로 새로운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냉동 국탕류는 직매입 후 배송 판매를 하는 온라인 플랫폼, 즉, 마켓컬리, 쿠팡 등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냉동 간편식 시장에 있어 국탕류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간편식(RMR: Restaurant Meal Replacement) 영역도 주도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RMR은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레스토랑의 비대면 수익 영역이며, 배달로 도달할 수 없는 전국의 각지의 집으로 메뉴를 판매를 할 수 있는 상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레스토랑에 가지 않고도 그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를 집에서 원하는 시간에 언제나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영역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간편식 시장은 급격히 변화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집밥 2.0시대에는 신선함과 건강함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생기며 밀키트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또한 냉동 국탕류 간편식은 아직 그 시장규모는 작지만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레스토랑의 메뉴를 식품으로 구현한 RMR이 온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큰 파도 위에 경쟁자보다 소비자 욕구를 빨리 파악해 성장할 수 있는 신제품을 기획한다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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