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계약단가 조정·가격인상 ‘불가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기질 비료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단가를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무기질 비료업계는 심각한 이중고에 발만 구르고 있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 주요 원자재 가격 폭등

무기질 비료업계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은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주요 원자재인 요소, 인산암모늄(DAP), 유황 등의 가격이 지난 15일 기준 지난해 말 대비 적게는 22%, 많게는 116%까지 급등했다.

이들의 거래가격을 살펴보면 요소는 본선인도조건(FOB) 기준 톤당 335달러를 기록, 지난해 11~12월 274달러 대비 22% 상승했다. 인산암모늄도 암모니아 수급 불안정과 중국의 내수공급 우선 정책 등으로 FOB 기준 톤당 537달러로 지난해 말 365달러 대비 47%나 급등했다. 유황 역시 FOB 기준 톤당 178달러로 지난해 말 82달러 보다 무려 116%나 폭등했다.

다른 원자재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염화칼륨은 운임포함인도(CFR) 기준 톤당 273달러로 지난해 11~12월 대비 11% 상승했으며, 최근 인도의 협상과정에서는 지난 1월 247달러 대비 13%나 오른 280달러로 가격이 뛰었다. 게다가 주 생산업체들이 공급물량을 아시아 보다는 남미로 보내고 있어 다음 달부터는 국내 업체들의 원자재가격 부담과 원료조달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원인에 대해 무기질 비료업계는 국제 곡물가 인상에 따른 미국, 인도 등의 비료수입량 증가와 중국 내수 증가, 국제유가와 관련한 유황 등 기초 원자재·해상운임 급등 등을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한 호주와 중국간 무역분쟁, 중국 요소 생산에 필요한 석탄·가스 공급부족, 사우디·트리니다드 등의 비료공장 가공정지 등도 상승요인으로 분석했다.

무기질 비료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간 적자를 이어온 무기질 비료업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마저 급등해 원료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까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해상운송 차질과 운임급등 등으로 악재가 납품가격 인하와 겹치면서 수백억 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납품가격 현실화 시급

이같은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무기질 비료업계는 ‘납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무기질 비료 생산업체로 구성된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전국비료연합은 최근 농협중앙회를 방문, 가격인상 등의 대책을 요구했으며, 이달 중순에는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에게 무기질 비료 원료가격 급등에 따른 계약단가 조정을 촉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이 문서에는 ‘이달 말까지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투쟁을 전개하며 무기질 비료 납품거부도 불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속된 무기질 비료 납품가격 인하로 적자로 운영되던 무기질 비료업계가 최근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렵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무기질 비료 계통구매 평균 가격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0% 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소폭 인상되기는 했지만 올해 또다시 동결됐다.

이에 무기질 비료업계에서는 납품가격 현실화 방안으로 농협이 구매납품 계약 90일 경과 후 원자재가격이 변동될 경우 계약단가를 조정하는 조항에 따라 무기질 비료 납품단가를 신속하게 조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에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비료 원자재가격이 2007년 하반기부터 올랐고, 2008년 중국에서 수출 규제를 강화해 업계의 부담이 커졌다. 이에 농협에서는 2008년 초 25% 가량을, 연도 중 60%까지 가격을 인상, 조정한 바 있다.

이에 농협에서도 이러한 업계의 요구로 가격 변동 시 농가에 미칠 영향 등 여러 경우의 수를 상정해 가격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재 코로나19 상황 등 어려운 여건이 겹쳐진 만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무기질 비료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업계가 어렵다는 의견이 지속, 가격조정과 관련한 내용을 검토 중이다”며 “공급중단에 따른 영향이나 가격인상 시 농가 반응 등 여러 변수와 가능성을 감안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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