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산학협력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김용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산학협력교수
김용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산학협력교수

클라우스 슈왑(Klaus Schwab)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2016년 처음 사용하면서 이를 ‘물질적(physical), 생물적(biological) 그리고 디지털(digital) 영역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기술혁명’이라고 정의했다. 농산업은 상대적으로 디지털화가 가장 늦은 산업이지만 타 분야의 성과물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어 그만큼 기회도 높은 분야다.

인구증가와 신흥국의 식품소비패턴 변화로 농산물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 수자원, 경지면적과 같은 생산 자원들은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2050년에 97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2009년 기준 20억 톤의 곡물생산량이 30억 톤으로 증산돼야 한다. 전 세계 담수의 70%를 사용하고 있는 농업분야는 2030년에는 약 40%가 물 부족 문제에 봉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 세계 육지면적의 11%를 차지하는 농경지도 4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이 점점 황폐화되고 있으며 시급한 복원이 이뤄져야만 지속적인 생산자원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산림 훼손 원인의 80%가 농업에 기인한다.

한편 온실가스 증가에서 유발되는 기후위기는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 윤리적이며 지속가능한 농업방식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은 점증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BNP 파리바은행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의 일환으로 2008년 이후 개간된 아마존 지역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 투자나 대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2014)에 따르면 지구상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농업과 기타 토양사용에서 오는 온실가스의 발생량은 24% 수준으로 배출의 대부분은 축산과 논농사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와 질소 성분 화학비료 사용 그리고 산림지역의 개발에서 유래한다. 반면에 이산화탄소를 격리를 할 수 있는 식물과 토양은 인위적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20% 정도를 흡수한다(미국립과학원회보 2017). 뿌리가 서식하는 토양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총량의 2~3배를 격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총 온실가스 발생량은 7억760만 톤CO2eq(이산화탄소 상당량)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발생의 1.9%를 차지하는 세계 11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를 차지하는 배출국이다(순위는 2017년 기준). 이 양은 파리협정의 기준연도인 1990년 대비 2.5배에 해당한다. 농림업 분야는 2120만 톤을 발생시키나 토지이용, 토지이용의 변화와 임업(LULUCF) 등을 통해 우리나라 총 배출량의 6%인 4130만 톤CO2eq를 흡수하고 있다.(환경부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 2020.10)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농업은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제한된 자원에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연결(connected)’과 ‘지능화(smart)’ 기술로 요약되는 아그테크(Agtech)의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농산업 디지털화의 핵심은 온라인 연결성(connectivity), 센서 기술과 빅테이터로 요약된다. 농업분야의 온라인 연결성이 성공적으로 확보된다면 전 세계 농업생산액은 2030년까지 5000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기업 컨설팅 전문회사인 맥켄지(McKinsey) 보고서(2020)는 예측하고 있다. 이는 지금보다 7~9% 개선된 생산성이다.

대표적 아크테크인 스마트팜이 생산지와 소비지의 거리(푸드마일리지)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노지토양의 지력증진이 주기적으로 필요하고 논농사와 축산에서 주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우리 농업의 특성상 토양 중 유기물과 미생물을 증진시켜 탄소를 격리하거나 발생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의 연구진은 비육우 사료에 해조류를 첨가해 사료효율의 감소없이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 82%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우리나라 축산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농가의 인식이 낮은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농업분야의 탄소격리기여를 논농사의 이모작이나 경관보전 등과 함께 공익직불제에 포함하는 것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과 대치되는 면세유 논란은 순차적으로 목표를 두고 해결해야 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종자, 비료, 농약 등 농산업 기업들이 주도해 농업인에게 탄소배출권이라는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생산방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50년 국가탄소중립의 목표는 하루 아침에 달성할 수 없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4차 산업혁명과 접목된 지속가능한 농업기술을 필요로 한다. 특히 농업분야에서 탄소배출과 격리를 검증하는 절차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탄소중립을 위해선 먼 훗날에 대한 단순한 선언적 의미의 약속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반드시 실천하는 글로벌 리더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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