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융화, ‘빅블러 시대’ 도래…담대한 도전 주문

[농수축산신문=홍정민·김소연·엄익복 기자]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담대한 도전이 필요합니다. 한국 농업의 경우 규모가 작은 게 약점이지만 작은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농민이 기술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생명존중 사상과 4차 산업혁명이 만나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는 농업, 소농에 부합하는 4차 산업 기술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는 구매자와 판매자, 서비스와 제품, 오프라인과 온라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계가 사라지는 경제융화 현상인 빅블러(Big Blur) 시대에 농업인에게 담대한 도전을 주문했다.

2008년 청와대 농수산비서관에 이어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을 거쳐 2010년 농촌진흥청장을 역임하며 농업의 최전선에서 농정 활동을 펼쳐왔던 민 교수는 이제 젊은 농부들에게 스마트 팜을 교육하며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민 교수를 직접 만나 빅블러 시대, 농업이 나가야 할 길을 자세히 들어봤다.

 

# 인공지능 농업에서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민 교수는 농업 분야에서 진화하고 있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관련해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 IT기업인 텐센트가 세계 식량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수년전 네덜란드에서 세계 농업 인공지능 대회를 개최했고 제1회 대회에선 오이 재배를 놓고 전 세계 16개국이 참가해 인공지능 5개 팀과 네덜란드 최고의 오이 농부가 대결해 마이크로소프트 팀과 농부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민 교수는 우승팀이 소감으로 인공지능은 환경제어 분야에서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의사결정을 했고 농업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의견대로 하면 농업을 망친다고 반대했지만 인공지능 의견을 따르니 결과가 훨씬 좋게 나왔다면서 인공지능이 농업 분야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 설명했다.

민 교수는 2019년에 직접 인공지능 농업 전문가그룹 디지로그팀을 만들어 네덜란드에서 개최한 제2세계 농업 인공지능 대회에 첫 출전해 본선까지 올라 최종 3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는 “‘고품질의 방울토마토를 어떻게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가를 놓고 전 세계 21개 팀이 겨뤘는데 예선 2위에 이어 본선에서도 최종 3위를 차지했다면서 본선에 오른 팀은 201912월부터 6개월간 네덜란드에 있는 유리온실에다 각자 시설을 한 뒤 카메라, 센서, 환경 제어기를 설치하고 AI로 실제 재배를 경합했다고 했다.

한국은 14명으로 디지로그팀을 만들어 민 교수가 단장, 서현권 동아대학교 교수가 팀장을 맡았지만 나머지 팀원은 농사 경험이 없는 20, 30대로 구성됐다. 그런데도 토마토 품질 부문에선 1등을 차지했다는 게 민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인공지능은 문 하나를 열 때도 경우의 수를 생각해 최선의 선택을 하며 가상공간에서 짧은 시간 강화 학습을 수십만 번 할 수 있다대회에서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AI팀이 올랐고 네덜란드 최고의 토마토 농부가 6위를 했다는 사실을 통해 농부 없는 스마트 팜, 생산부터 소비까지 농업 벨류체인이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스마트 팜을 대표하는 버티컬 팜(vertical farm)이나 식물공장을 활용해 농사를 지으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인간생명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인간의 노동력 가치가 평가절하될 수 있어 생명존중이 없어질 것 같아 우려가 크다스마트 팜 교육을 할 때 반드시 유기농 교육을 병행해서 생명 존중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생명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닐하우스 중심의 한국형 스마트 팜 모델 만들어야

이어서 민 교수는 한국형 스마트 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국은 농업 규모가 작고 비닐하우스 위주로 운영이 되고 있어 농민들이 기술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실정에 맞는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집중 피력했다.

그는 아시아판 소농 기술을 발전시켜 작지만 강한 이른바 강소농을 위한 농업을 만들어 후세들이 당당하게 장래희망에 농부라고 적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농업계에 인공지능 전문가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디지로그팀을 꾸릴 때도 농업 분야에 인공지능 전문가가 없어 외부에서 전문가를 찾는 게 가장 힘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한 농업 분야에 고령인구가 많기 때문에 이에 맞게 음성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면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더라도 농협은 오랫동안 축적된 데이터베이스가 있는 만큼 고령층을 적극 배려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돈 마이스터들과 와게닝겐 대학 교육 협업

민 교수는 양돈 마이스터들과 세계적인 농업대학인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 현지와 연결하는 온라인 영상 교육 와게닝겐 마스터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육은 네덜란드 최고 양돈 전문가들로부터 양돈 사양기술과 질병 예방, 친환경 축산, 동물복지 등을 주제로 진행된다.

그는 직접 현장에 가려면 최소 700~8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비용 대비 가성비가 좋지 않은데 반해 한국 농가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화상으로 네덜란드 고수들에게 배우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 와게닝겐 대학에서 적극 나서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농가들이 국내 전문가들과 워크숍을 해서 전문 수의사가 20가지 정도로 질문을 영문으로 네덜란드에 보내주면 질병 수의·현장 전문가가 각각 1시간 반씩 강의하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는 게 민 교수의 설명이다.

민 교수는 오는 6월에 양돈 교육이 끝나는 대로 관련 내용을 전체 양돈 농가들을 위해 공개할 계획이며 앞으로 한우 농가와 일본을 연결해 관련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한국 축산, 새로운 경쟁자 대체육대비해야

민 교수는 4차 산업 혁명으로 인한 빅블러 시대에는 경쟁자가 업계 내부가 아니라 경계 밖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특히 축산업의 경우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대체육으로 인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경쟁과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민 교수는 축산업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체육과 환경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체육을 생산하는 임파서블 푸드 창업자 패트릭 브라운 박사는 고기 제조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만들었으며 맛, 질감, 생산 비용 등을 조절할 수 있고 소고기로 시작해 돼지, 닭고기, 물고기까지 확대할 것이다고 말했는데 이미 2019년과 지난해 소고기, 닭고기는 대체육이 소개됐다면서 대한민국의 축산업은 환경, 수입육은 물론 대체육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시대를 맞으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국 농업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는…

[약력]

-동국대 농업경제학 학사
-도쿄대 농업경제학 석·박사
-전 제23대 농촌진흥청 청장
-전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전 대통령실 농수산식품 비서관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
-현 한경대 식물자원조경학부 석좌교수
-한국벤처농업대학 설립·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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