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렬 (사)한국음식인문학연구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김치 독자성·독특성 요소 정확히 아는게 종주국 논란 대응에 중요

-김치 문화·과학·산업·정책개발 등 총괄 기능 갖는 독립적 조직 필요

 

중국의 김치 종주국 주장에는 두 가지 근거가 있다. 하나는 절임을 뜻하는 한자 저(菹)가 시경(기원전5~6세기)에 최초로 기록됐다는 이유며 다른 하나는 연변의 조선족이 중국의 국민이므로 조선족의 전통음식인 김치는 당연히 중국 전통음식이라는 것이다. 

전자는 ‘모든 것은 중국에서 시작돼 세계로 퍼져갔다’라는 문화전파론적 주장으로 중화 우월주의가 바탕에 있다. 또한 후자는 ‘자기 땅 안의 역사와 문화는 모두 자기 것’이라고 하는 영토주의역사관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는 한족 외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 사회 특성상 이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이 만들어낸 ‘통일적다민족국가론’과 맥을 같이 한다. 
 

여기에 한국 문화·경제의 글로벌 성과에 대한 시기와 질투, 그리고 유튜버와 매체들의 무차별적 구독자 늘리기도 한 몫을 하면서 소위 김치 종주국 논란은 여전히 확산일로다.
 

김치 종주국 논쟁을 김치 공정이라며 예전의 동북공정과 동일한 관점으로 보는 이들이 있지만 역사와 영토 문제가 연결된 동북공정은 정치적 사안인 데 반해 김치 종주국 논란은 기본적으로 역사관과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문화마찰(Cultural Friction)이다.

이 같은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의 입장은 명확히 밝히되 통상마찰 등 불필요한 분쟁은 피하는 전략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학자와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외국인들조차도 김치가 한국전통음식이라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에 굳이 그들의 무모한 도발에 손뼉을 마주쳐 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김치의 기원(origin)에 대한 주장은 전파론과 자생론이 있다. 김치 종주국 논쟁에서 중요한 화두는 어디서 시작됐는지 보다 독자성, 독특성 그리고 고유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우리가 주로 먹는 김치와 파오차이의 차이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치의 ‘유산균’, ‘발효식품’, ‘고추’, ‘전용 양념’, ‘2차 발효’ 등을 얘기하지만 파오차이도 발효, 유산균, 고추라는 요소를 갖고 있으므로 이 같은 이유만으로 차별성을 주장할 수 없다. 
 

김치와 파오차이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김치는 세계최초로 동물성 발효 식재료인 젓갈을 넣어 ‘감칠맛’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최근 (사)한국식생활문화학회 학술대회에서 이를 ‘가미발효’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것이 김치다움의 출발점이다.

여기에 고추가 독특성을 더하고 전용 양념으로 절임 후 복합발효라는 제법을 확립했다.

양념에 배추를 더하면서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가미·발효·절임·채소·식품’으로서의 현대 김치가 완성된 것이다. 이러한 김치의 독자성, 독특성 요소를 정확히 아는 것이 종주국 논란 대응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주국 논란 대응은 물론 향후 김치산업과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김치 정체성(KI, Kimchi Identity)을 정립해야 한다. 기원, 어원, 제법, 형상, 관능, 기능 등 김치 문화와 김치 과학 영역을 망라해 김치의 김치다움은 무엇인지?

파오차이, 일본의 채소를 절인 음식인 츠케모노와의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종주국 논란 초기에 우리의 대응 논리가 완벽하지 못했던 이유는 우리 스스로가 김치에 대해 제대로 정리된 논리와 대응 매뉴얼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치 정체성 정립과 더불어 전략적으로 김치를 알리는 활동도 필요하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정책, 학술 연구, 언론, 산업 분야의 김치 리더들에게 김치 정체성 내용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해외 커뮤니케이션 실시 전에 반드시 현지의 문화와 법률 등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오해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정체성의 핵심 요소인 명칭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 제안은 김치를 연구하고 산업을 지원하며 정책을 개발하는 기능을 갖는 김치 전문기관 설립이다.

김치 문화와 과학, 산업과 정책개발 등을 총괄하는 기능을 갖는 독립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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