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도매권역 시설현대화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맞춰 가락시장에서도 불특정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경매를 도입,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도매권역 설계과정에서 도매시장법인의 경매장을 현 면적 대비 축소하고 이 공간을 온라인 경매 시 농산물을 보관할 수 있는 저온창고 등으로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얼핏 보면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많아지고 온라인 유통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의 온라인 경매가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도매시장에서 온라인 경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품질 균일화, 소포장화, 안전성 등이 담보돼야 한다. 1990년~2000년 초반까지 활발히 이뤄진 산지 조직화는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있다. 가락시장에 출하하는 농업인의 대다수가 아직까지 영세 소농이라는 점을 볼 때 온라인 경매에 필수인 품질 균일화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가락시장의 서울청과와 동화청과가 온라인 경매가 가능한 품목을 정하고 산지·중도매인 홍보를 통해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기대만큼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출하자와 중도매인들이 상장 경매, 정가·수의매매 외에 온라인 경매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하자와 중도매인들은 기존의 거래방법 보다 온라인 경매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이 창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부 유통환경 보다 소포장화가 더딘 것도 온라인 경매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가락시장에서는 경락받은 농산물을 중도매인이 소분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외부의 유통환경 만큼 소포장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불특정다수가 참여하는 환경을 만든다면 가락시장은 전통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운영하는 공식 쇼핑몰인 가락시장e몰에서는 중도매인, 상인들이 판매하는 농산물, 상품을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다. 이미 이 같은 플랫폼이 갖춰진 상황에서 기존의 유통환경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온라인 경매가 가락시장에 필요할지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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