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집중검사…어선건조업 등록제 마련필요
1인당 연평균 160척 검사 실시
과중한 업무로 선박안전 ‘적신호’
과도한 검사목록으로 집중도 하락
안전과 직결된 항목에 가중치 둔 검사시스템으로 전환해야

어선검사제도가 어선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으려면 현행 검사시스템의 틀 자체를 바꾸는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진은 해양교통안전공단 소속 검사원이 어선을 검사하고 있는 모습.
어선검사제도가 어선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으려면 현행 검사시스템의 틀 자체를 바꾸는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진은 해양교통안전공단 소속 검사원이 어선을 검사하고 있는 모습.

 

어선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선박검사제도의 개편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은 전신인 1979년 발족한 한국어선협회 시절부터 어선검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를 비롯한 크고 작은 해양사고로 어선검사제도가 강화, 선박검사원들의 부담은 커지는 반면 선박안전을 담보하지는 못하고 있다.

# 1인당 연평균 160척 검사

KOMSA 소속 선박검사원은 1인당 연평균 160여척의 선박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행 선박안전법과 어선법에 따라 선박은 매 5년에 한번씩 이뤄지는 정기검사와 1~3년에 이뤄지는 중간검사, 임시검사, 임시항해, 건조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선박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검사다.

KOMSA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검사대상 선박은 어선 64968, 여객선과 화물선 등 일반선 5749, 동력수상레저기구 31667척 등 102384척에 달한다. KOMSA는 매년 검사대상 선박 중 3만척 내외의 선박을 검사하는데 연도별 검사실적을 보면 201733318201833905201935921202033875척 등이었다. 해당기간 동안 KOMSA의 선박검사원은 2017194201820620192132020238명으로 연도별 검사원 1인당 검사한 선박의 척수는 2017171201816420191682020159척이다.

검사원 1인당 검사건수와 함께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검사를 위한 환경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자동차검사의 경우 차량의 소유주가 검사소로 직접 찾아가서 검사를 받게 되지만 선박은 검사원이 직접 선박의 위치까지 방문해 검사를 실시한다. KOMSA가 주요 지역에 지부를 두고 있지만 검사장소까지 이동하는데 적게는 1~2시간, 많게는 3~4시간 거리를 이동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송명섭 KOMSA 노조위원장은 공단 소속 선박검사원은 연평균 160척 가량의 선박을 검사해야하며 검사 대상선박이 바다뿐만 아니라 강, 호수까지 범위도 굉장히 넓다선박검사원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은 선박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자격 필요 없는 선박건조, 책임은 검사원이?

어선건조에는 별다른 자격이 필요하지 않지만 건조된 어선에 대한 책임은 검사원이 져야한다.

현재 어선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별다른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고 전문지식이 없이도 누구든 어선을 건조할 수 있다. 즉 선박의 제조사인 조선소에서는 전문적인 자격요건 없이도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교통수단인 자동차에 비유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자동차는 자격을 갖춘 제조사가 차량을 제조해 정부의 검사를 받고 이를 시중에 판매한다. 하지만 어선은 누구든지 건조를 할 수 있는 반면 이에 대한 책임은 선박의 건조검사를 담당한 검사원이 져야 한다. 설계 역시 마찬가지다. 어선을 설계하는 자 역시 별다른 자격이 없이 어선을 설계할 수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김영진 의원(더불어민주, 수원병)은 어선의 건조업을 하려는 자로 하여금 요건을 갖춰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등록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어선법 일부개정안을 지난해 9월 대표발의한 상태다.

# 이어지는 수사·기소, 베테랑 검사원 육성 어렵다

KOMSA 검사원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이어지면서 젊은 검사원들이 공단을 떠나고 있다.

KOMSA에 따르면 2016년부터 5년간 공단을 퇴사한 검사원은 40명으로 이중 20~30대가 35명에 달한다. 연 평균 7명의 젊은 검사원들이 공단을 떠난 셈이다. 통상적으로 검사원의 숙련도가 높아지려면 적어도 5, 많게는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젊은 검사원이 공단을 떠나는 것은 공단의 선박검사 전문성 제고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젊은 검사원들이 공단을 떠나는 배경에는 검사원을 대상으로 한 사정기관의 수사와 기소가 자리잡고 있다. 올해 들어 피의자 신분으로 기소된 선박검사원은 427일 현재 4명이다.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대상에 오른 검사원은 그 수가 훨씬 많다.

문제는 검사원들이 수사를 받거나 기소되는 사유다. 수사를 받거나 기소당한 검사원들은 선박검사 과정에서 안전성 검사를 소홀히 해 기소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어업인과 조선소, 어선중개인 등의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사기록상 오기 등이 있을 때도 검사원들이 수사대상이 되거나 기소된다. 즉 선박의 안전성과 무관한 일로 수사 또는 기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수사대상이 되는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검사원들은 주로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기소가 되는데 업무방해의 경우 공소시효가 7년이다. 검사원 1인당 연평균 160척 가량의 선박을 검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120건 가량의 선박에서 작은 실수라도 있을 경우 언제든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송명섭 위원장은 검사원들은 해양안전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근무를 하는데 본인 혹은 함께 근무하는 동료가 과거의 검사기록으로 수사를 받고 기소되면 검사원들의 자긍심이 무너진다검사원들이 선박의 안전성과 무관한 일로 수사를 받고 재판까지 가야한다면 공단이 부담해야하는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검사원들이 안전성 검사를 소홀히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당연히 검사원과 공단에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다만 우리의 고객인 국민들과 직원인 검사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선에서 그 책임을 물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안전성 확보에 집중해야

어선검사시스템이 어선의 안전성 확보라는 목적에 맞도록 검사시스템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검사제도는 어선을 규모별, 업종별로 나누고 그에 맞는 체크리스트를 두고 있다. 하지만 검사에서 어선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가중치를 두지 않는다. 길이 12m 이상 선박에 적용되는 정기 또는 1종 중간검사점검표에는 선체와 기관, 소방설비, 전기설비 등 다양한 영역의 검사 목록이 나와있다. 하지만 이 점검표에서 어선안전과 직결되는 사항이라고 해서 별도의 가중치는 없다. 즉 검사원의 입장에서는 어선의 안전성에 치명적일 수 있는 문제든 경미한 사안이든 똑같은 시간을 할애해야하는 것이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어선안전을 위한 검사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검사항목이 과도하게 늘었다하지만 검사목록이 늘다보니 감항성이나 기관관련 장비, 선체의 상태, 파공 등 선박의 안전과 직결되는 검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선박검사는 선박이 완전무결함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 항행과정이나 작업과정에서 치명적인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즉 현재의 선박검사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 공단에서는 선박의 항행·조업 과정에서 안전성과 직결되는 사안을 집중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해양안전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박검사시스템 확보와 함께 어선건조업 등록제도의 도입필요성도 제기됐다.

김동주 KOMSA 책임검사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어선건조업 등록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에서 어선건조는 특별한 자격 없이 누구나 건조할 수 있어 건조시 최소한의 안전규정인 어선검사를 통과하는 수준으로 건조하고 있다또한 일부 조선소에서는 동일 톤수에서 어선의 길이는 길게, 깊이는 낮게 개조하려는 유인을 제공해 어선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일부 소유자들 또한 불법 증·개축을 전문으로 하는 조선소를 선호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어선의 안전한 건조와 품질향상을 위해 어선건조업 등록제를 마련해 어선안전과 환경을 보호하고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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