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와 유채 생산자·판매자 ·축제지기로 거듭 …"제주 혼자 옵서"

농촌인구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켠으로는 청년농들이 일당백의 역할을 하며 농업·농촌의 생명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의 창업과 영농정착을 우수하게 수행하고 있는 청년농부들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문승환 농업회사법인 제주오라 대표가 생산하는 가공품을 들고 청보리밭에 서 있다.
문승환 농업회사법인 제주오라 대표가 생산하는 가공품을 들고 청보리밭에 서 있다.

아버지가 청보리와 유채를 가꿔 농장을 일궜다면 아들은 청보리와 유채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문승환 농업회사법인 제주오라 대표는 유채, 청보리와 메밀밭을 이용해 생산자에서 판매자로, 체험농장 대표로, 축제지기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그의 꿈 이야기를 들으러 제주오라로 가보자.

 

#청년, 진짜 자기의 꿈을 꾸다
 

“제주시 오라동에 있어 오라농장이라 명명했지만 ‘제주로 오라’는 뜻으로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 같아 좋습니다. 제주에 오시는 모든 분들을 모시고 싶다는 마음에 ‘제주오라’라는 의미도 있지요.”
 

40년간 농사를 지어온 부모에게 문 대표가 이어 받으면서 제주도민을 넘어 전 국민의 제주오라농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메밀과 청보리 99ha, 콩 23ha를 재배하는 제주오라는 문 대표가 들어오면서 자체 가공과 판매를 시작, 평균 연매출 7억5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제주시 농협 호품보리 체종포 시범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는 제주오라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행하는 제주 오라 식량작물 공동 들녘경영체 육성사업도 기획했다. 
 

“별 보고 나가서 별 보고 들어오며 일해 온 저희 부모님의 땀이 만들어 낸 농장입니다. 그런 농장에 제가 들어오면서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어 각종 영농 경영기록일지를 관리하게 됐습니다.”
 

경험과 감으로 농사를 지어온 1세대를 뛰어넘기 위해 좀 더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기록을 남겨보고자 경영기록일지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고 문 대표는 농산물 가공과 유통 판매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우리 농산물홍보와 판매에 나섰다.
 

“농작물 생산과 수확에 의한 판매수익만 기대하기보단 좀 더 다양한 방식의 판매를 하는 것이 젊은 농업인들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방식의 농업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주오라를 맡으며 생산자에서 경영자로 거듭난 데는 문 대표의 전직도 한 몫을 했다. 문 대표는 지역농협에서 농산물 수매와 판매, 친환경 학교급식 납품부서, 농산물의 매입과 전산업무를 하다 농장에 들어왔다.
 

“농작물이 생산돼서 유통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청년농업 지원정책도 알게 됐습니다. 농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수록 농업이란 다른 산업과 연계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느끼게 되면서 농협 퇴사 후, 진짜 저의 꿈을 꾸기 위해 제주오라로 들어왔습니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
 

문 대표는 농장에 들어오면서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을 실감했다. 빈번하게 찾아오는 태풍 탓에 어려움이 많았다. 
 

“메밀밭에 메밀꽃이 지고 열매가 맺어가는 과정에 태풍을 맞았어요. 농장에 돌하르방 조각상이 있는데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막걸리를 한 병 들고 가서 태풍을 부디 빗겨 가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정말 그 다음날 태풍이 방향을 틀어갔습니다.”
 

간절한 문 대표의 마음을 하늘이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태풍, 가뭄 등 천재지변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도 기존의 1차 산업 즉, 농산물 생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더욱 더 농업 외 수익에 대한 부가가치를 늘려야 현시대의 농업인들의 여러 가지 어려운 부분을 극복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주오라의 성공에는 문 대표의 자급자족 방식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문 대표는 기본적인 장비를 싣고 다니면서 농기계가 고장이 나면 직접 정비를 한다.
 

“지금은 콤바인과 드론 조종 기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제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소형농기계 정비교육과 농기계 안전교육을 매년 개설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지역의 고령 농가분들의 농작업 대행도 해드리고 싶습니다.”
 

실제로 오라 농업회사 법인에서는 주변 농장들의 농작물 가공도 대행하고 있다. 혼자만의 성공보다는 지역농민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문 대표는 현재 4-H연합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역의 청년농업인들과 함께 커나가고 싶습니다. 사실 메밀축제나 유채 축제 등을 통해 제주지역의 메밀이 더욱 유명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 하나의 성공보다는 지역전체가 함께 발전하는 것이 결국 모두의 성공이라고 봅니다.”

 

#제주오라, 치유의 터전으로
 

  2018년 9월 14일부터 한 달간 열린 제3회 제주오라 메밀축제 전경. 청보리와 유채밭을 보며 도시인들이 힐링하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제주오라는 매년 메밀축제를 펼치고 있다.  
  2018년 9월 14일부터 한 달간 열린 제3회 제주오라 메밀축제 전경. 청보리와 유채밭을 보며 도시인들이 힐링하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제주오라는 매년 메밀축제를 펼치고 있다.  

제주오라의 메밀축제는 이제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개방한지는 10년이 됐고 축제라는 이름으로 관광객들에게 개방한지 7회 차가 됐다. 
 

“유채와 청보리 농사 규모가 커서 처음에는 사진작가들이 한 명씩 오면서 인터넷에 사진이 올라가 입소문을 탔습니다. 물론 관광객들이 찾아오니 농작물 피해도 있었죠. 하지만 이것을 꺼릴 것이 아니라 이왕 이렇게 된 바엔 제주 경관을 위한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자부담으로 길도 닦고 정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사회 환원의 느낌으로 좋은 풍경을 관광객들에게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사실 제주오라는 인스타그램에서 ‘감성제주’로 통한다. 이른바 인싸들이 찾는 핫 플레이스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것. 
 

“제주에서 아름다운 메밀꽃과 어우러진 제주자연풍경을 바라보면서 도시민들이 힐링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큰 의미의 지역 농업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오라동 메밀꽃, 청보리, 유채꽃밭이 치유의 터전이 되길 바랍니다.”
 

문 대표는 농산물 생산에서 가공을 넘어 관광농장 운영을 통한 6차 산업. 즉 ‘제주자연친화적 체험관광’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산물 파종부터 수확해 직접 가공하는 것을 넘어 서비스업을 접목시킨 융복합산업까지 발전시키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께서 수십 년간 쌓아 오신 품질 좋은 제주 메밀과 보리와 같은 식량작물의 생산 노하우를 기반으로 가공, 유통과 제주 자연경관을 연계한 ‘제주 메밀 치유농장 산업화’를 목표로 구상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주 메밀과 제주 자연이 어우러진 6차 농산업 발전을 위한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성공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청년농업 경영인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장 인터뷰]박남수 제주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농업인들은 농촌지도사인 우리를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선생님이라는 명칭이 붙는 순간 저는 대충대충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농업인들에게 꼭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제주에서 만난 박남수 농촌지도사는 청정지역 제주의 농산물이 도정기계가 부족해 육지로 싼가격에 출하되는 경우가 많다며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특히 메밀은 강원도 봉평으로 출하돼 봉평메밀로 둔갑,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술센터에서는 2016년과 2017년 2년간 7억 원을 투자해 가공시설과 도정시설 등을 공급, 잡곡 자급률 향상 주산단지 육성 프로젝트 사업을 펼쳐 안정적인 생산기반 조성에 힘썼다. 
 

“이런 프로젝트 사업 등으로 제주오라 농업회사 법인의 소득향상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요즘 중국산 농산물의 범람으로 농산물에 대한 불신과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라 농업회사 법인이 청정지역 농산물의 명품 브랜드화를 통해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저도 열심히 노력해야죠.”
 

박 지도사는 이를 위해 청정지역 제주도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아 가공된 메밀쌀, 메밀가루, 메밀국수 등을 TV 홈쇼핑에 판매하는 등 판매 전략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나 직거래장터, 초록마을 등 도시매장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판매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의 농산물을 알리기 위해 앞장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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