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먹거리 순환 구조 마련과
중소농 중심 농가 조직화로
소비·유통 방식 다양화 도모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세종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신선한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그날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자가 그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로컬푸드 매장을 방문하면 마치 농촌을 지나다가 과일이 탐스럽게 열린 밭을 보는 느낌입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ㅈ씨가 얘기하는 로컬푸드 직매장 이용 후기다.

짧은 소비자와의 거리를 무기로 대형화·상업화 된 농업 유통구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로컬푸드가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도심에서도 편리하게 신선한 지역 농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호평을 받으며 각광받고 있는 로컬푸드에 대해 살펴보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 당일 수확·당일 공급 원칙으로 신선도↑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나 농식품을 장거리 수송이나 다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개념이다. 지역의 개념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시·군이나 도 등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로컬푸드의 가장 큰 장점은 이동거리를 최대한 단축시켰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신선도를 최대로 유지함으로써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의 효용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기 때문에 신뢰도도 높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로컬푸드 매장은 당일수확, 당일공급을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농장 위치, 수확일 등은 물론 농가의 얼굴까지 표기된 경우도 있어 소비자로부터 ‘믿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로컬푸드의 개념이 단순히 물리적 거리만으로 구분하지 않고, 사회·경제·문화·생태적 의미가 포함된 사회적 경제활동으로 파악하는 인식도 확대되고 있다.

# 국내·외 로컬푸드 추진 현황

로컬푸드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미국의 경우 2009년 농무부에서 ‘농부를 알고, 먹거리를 알자’라는 종합 지원정책을 수립, 시행 중이다. 여기에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로컬푸드 정책포럼을 개설하고, 관련 부서나 정책 간 협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농장-학교 직거래 프로그램’ 등의 시범사업이 추진 중이다. 지방정부에서는 민·관 합동 먹거리 정책 위원회(FPC)를 구성·운영하고, 지역 인증과 농가 직접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산지소’ 운동으로 알려진 일본의 로컬푸드는 도도부현(광역지자체)과 시정촌(기초지자체)별로 지역농산물 이용 촉진을 추진 중이다. 전국적으로 약 2만3000여 개나 되는 직매장을 통해 지역 농산물 판매를 유도하고, 식교육과 연계해 학교급식에 지역농산물 공급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전북 완주에서 ‘약속프로젝트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마을·공동체 육성사업과 맞물려 전면적인 로컬푸드 사업이 추진됐다. 2012년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전국 1호로 개장했다. 이후 직매장, 레스토랑, 꾸러미, 학교급식 공급 등 다양한 형태로 공급 경로가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 로컬푸드 유통비중 15%까지 확대 목표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로컬푸드 소비체계 확산을 위해 2019년 3개년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여기에는 49.4%(2019년 기준)에 불과한 로컬푸드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를 2022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리고, 로컬푸드 유통 비중도 2018년 4.2%에서 2022년 15%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군급식의 로컬푸드 공급비중 확대와 지자체의 로컬푸드 소비체계 구축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에서는 △시민사회와 함께 하는 로컬푸드 가치 확산 △중소가족농이 행복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소비자가 안심하고 누리는 지역 먹거리 등을 추진 과제로 설정했다.

특히 먹거리위원회 등 민·관 협치 모델을 활용한 체계 구축과 사회적 경제조직 발굴·육성, 농업인 월급제와 연계된 중소농가 중심의 농가 조직화, 로컬푸드 기반 농식품 가공 활성화, 공공급식 확대, 사회복지시설 등에 로컬푸드 공급, 도시형 도·농 상생 복합문화센터 건립, 지역 외식업과의 연계 등을 추진함으로써 많은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전주로컬푸드 직매장의 농산물꾸러미
전주로컬푸드 직매장의 농산물꾸러미


# 지역 내 먹거리 순환 체계로 확대해야

로컬푸드가 지역을 기반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계함으로써 상생의 모델이 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로컬푸드 사업이 직매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다보니 공간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직매장을 통해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가수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로컬푸드 직매장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기 때문에 공공급식 확대 등 지역 내 먹거리 순환 구조 마련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산지조직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농식품부 3개년 계획에도 나와 있듯 중소농 중심의 농가 조직화가 이뤄져야 농산물의 안전성과 품질이 소비자의 기대를 만족시키며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학교급식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 등과 지역농산물의 경쟁구도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지목된다. 공공급식의 운영 취지, 친환경 농산물도 지역농산물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장은 “앞으로의 먹거리 체계는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갖춰져야 하는데, 직매장 중심의 추진은 자칫 농가 간 출하경쟁을 야기할 수 있고, 변화하는 소비지 요구를 따라가기 어렵게 만든다”며 “직매장 확대와 함께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개념에 기초해 다양한 형태의 소비·유통 방식을 개발·확대하고,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조직화와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사례1] 세종로컬푸드 직매장

2015년 세종시와 농·축협, 생산자단체 등이 함께 출자해 세종로컬푸드 직매장 도담점을 개장한 이래 2018년 2호점인 아름점을 열었다. 매출은 1·2호점을 합해 하루 1억 원 가량으로, 연 360억 원에 달한다. 개장 이후 농가와 소비자의 지속적인 호응으로 누적 매출은 이미 1000억 원을 넘어섰다. 현재 약 800여 지역 농가가 출하약정을 체결하고, 세종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농산물을 출하하고 있다.

강성규 세종로컬푸드 직매장 대표이사는 “세종로컬푸드 직매장은 관내에서 생산된 싱싱한 농산물을 바로 농가에 공급함으로써 믿고 소비할 수 있는 세종형 로컬푸드 운동의 거점공간”이라며 “50여 명의 모니터링단이 수시로 품질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농가를 방문해 개선사항을 전달해주는 등 농가와 소비자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종로컬푸드는 결제 시스템을 일주일 단위로 운용해 고령농가의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외부 만족도조사 결과가 매년 1~2%포인트씩 성장해 지난해 86.7%를 나타냈다.

# [사례2] 전주로컬푸드 직매장

전주로컬푸드 직매장은 친환경차량을 활용한 근거리배송을 실시, 코로나19로 매장 방문을 꺼리는 소비자나 근력이 약한 고령층, 차가 없는 취약계층 등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전주로컬푸드 직매장(종합경기장점·송천점)은 온라인 홈페이지나 전화, 휴대폰 앱 등을 통해 주문을 받고 하루 2회 친환경차량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지난해 5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근거리배송 이후(6~11월)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대비 17.2%나 신장했다. 농산물꾸러미사업과 지역아동센터에 도시락을 납품하는 사업도 호평을 받고 있다.

문종봉 전주로컬푸드 직매장 매니저는 “전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원칙으로, 생산되지 않거나 생산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인근 7개 군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며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반찬이나 도시락을 만들어 지역아동센터 등에 공급하면서 지역과 상생하는 토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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