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최근 조용한 농촌의 한 마을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바로 충남 홍성군 결성면에 위치한 원천마을이다.

원천마을이 때 아닌 유명세를 탄 것은 최근 기후 위기에 대응해 정부와 산업계가 추진 중인 탄소중립 실현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다.

농업은 유일한 탄소 흡수 분야로서 기후 위기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천마을은 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원천마을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을과 축산이 상생하는 에너지 자립마을’이라 할 수 있다.

행정구역상 가장 작은 리 단위(금곡리)로 전체 가구가 33가구 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마을의 주요 경제 활동은 농축산이다. 주로 벼, 배추, 무, 고추를 재배하고 양돈, 한우, 양계, 낙농 농장도 있다.

원천마을 주민들은 기후온난화에 따른 온실가스 규제와 환경에 대한 인식 강화, 농업의 구조적 변화, 신재생에너지와 전력시장의 변화 등에 대응해 2014년 자체적으로 마을발전 추진위원회를 통해 ‘마을과 축산이 상생하는 친환경 생태마을’을 마을의 미래상으로 설정, 마을발전 로드맵을 확정했다.

이후 마을에 입지한 양돈기업인 성우농장과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통해 바이오가스플랜트와 농가 주택·상업용 태양광 설치 등을 추진, 저탄소 친환경농축산 마을로 탈바꿈했다. 주민 스스로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며 분뇨를 활용한 전력 생산과 폐열을 이용한 시설농업을 통해 주민소득원을 개발하는 윈-윈 전략으로 마을을 새롭게 변신시켰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사업이 본래의 목적이나 의미보다는 갈등의 요소이거나 투쟁의 대상으로 비춰지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 이유에 대해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는 “이미 마을 주택용 태양광 보급률이 93%였고 특히 부지선정 과정부터 사업자가 마을의 경관과 정체성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추진토록 했으며, 마을 에너지 공동체가 마을총회를 만들어서 의사결정을 했던 게 매우 중요했다”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마을 내지 지역 특성을 감안해 계획 설정단계부터 마을 공동체 주도의 에너지전환이 이뤄져야 하고 그 혜택도 마을 주민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고루 돌아가야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원천마을을 통해 알 수 있다.

사실 농업계가 농어촌의 재생에너지사업 추진에 문제를 제기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대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개발 과정에서의 주민 주권이 무시되고 마을의 경관과 생태계는 물론 지역 공동체가 파괴되는 마구잡이식 개발 등을 우려해서다.

탄소중립은 국가차원의 생존을 넘어 전 인류가 달성해야할 필수적인 과제임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농어촌 에너지 전환에 있어 설비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지역별·마을별 여건을 감안해 에너지 전환을 통해 마을 주민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지역에서 무엇이 달라지고 좋아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농업·농촌이 갖는 탄소중립의 역할과 가치를 범 부처가 높게 인식해야 한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업인과 지역주민이 발전사업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민 참여형 태양광발전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특히 영농형 태양광이 실제 영농에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농업인의 낮은 소득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천마을의 사례에서 보듯이 농어촌의 저탄소 에너지 자립을 위해서는 마을 주민의 의지와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 따라서 농업인을 포함한 마을 주민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스스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수단이 선제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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