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감귤 마음껏 따먹고 놀 수 있는 ‘꽃귤놀이터’로 만들고파

[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농촌인구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켠으로는 청년농들이 일당백의 역할을 하며 농업·농촌의 생명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의 창업과 영농정착을 우수하게 수행하고 있는 청년농부들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이승범 꽃귤농장 대표농부가 생산하는 귤을 들고 귤나무 사이에 서 있다.
이승범 꽃귤농장 대표농부가 생산하는 귤을 들고 귤나무 사이에 서 있다.

사시사철 귤 향기가 가득한 하우스에서 자기와 키가 비슷한 귤나무의 귤을 따는 아이들.
제주 꽃귤농장을 찾으면 일년내내 펼쳐지는 풍경이다.
하우스감귤, 달콤감귤, 한라봉, 카라향.
매달 다른 향의 다른 귤로 어린이 체험객을 맞는 꽃귤농장, 지금은 무슨 귤이 열렸을까.

#귤을 전공한 전문 농사꾼

1972년 지금의 서귀포시 대포로에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귤묘목을 심으며 시작된 꽃귤농장은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서귀포를 지켜온 대표 귤 농장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농사일을 도와드렸어요. 아버지가 귤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농사의 길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늘 농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희망을 얘기하셨습니다.”

이승범 꽃귤농장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호텔에서 인사교육팀 업무를 5년 동안 하며 평범한 도시생활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병환으로 농장으로 돌아게 됐다.

“2012년 아버지가 위암에 걸리셨습니다. 주말에 농장일이나 돕던 저였지만 아픈 아버지를 두고 볼 수 없어 본격적으로 전업농으로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주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행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감귤을 팔았다. 그러나 이대로는 경제성이 없다는 생각에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 이듬해 제주대학교 산업대학원 농업경제학과에 들어가 공부했다.

농경제를 배우니 어느 정도 경영은 보이는 것 같았는데 귤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경제학을 졸업하자마자 2015년 감귤농사 관련 기술 습득을 위해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 감귤을 전공했습니다.”

내친김에 내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깨끗하고 안심할 수 있는 귤을 키워보자는 생각에 2018년 친환경농업대학교를 이수하고 지난해에는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에서 친환경과수를 따로 공부했다.

친환경감귤농업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농약을 적게 치더라도, 모양이 안 좋더라도, 내 아기가 늘 와서 노는 농장인데 깨끗하고 안전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우리 농장에서 나오는 귤을 바로 따서 뽀뽀할 수도 있어요. 그만큼 자신 있습니다.”

지난달 꽃귤농장을 찾은 한 어린이가 귤체험을 하고 있다. 
지난달 꽃귤농장을 찾은 한 어린이가 귤체험을 하고 있다. 

#꽃귤농장, 모두의 농장으로 탈바꿈

꽃이 피면 귤이 열린다는 의미의 꽃귤농장. 이름도 향기로운 꽃귤농장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제가 농장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맛있는 귤을 찾아 새들이 제일먼저 찾아오는, 가지귤이 나는 농장이라는 뜻에서 새들의일번지가지귤이라고 농장이름을 지었어요. 근데 주문하는 분들도 어려워하고 잘 안되더라구요.”

이 대표는 뭔가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2015년 마이스터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감귤농업에 대한 이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맛있는 감귤을 만들어 기존 택배 고객에 한해 농장체험을 시작했다.

꽃귤농장이 지금의 체험농장으로 거듭난 데는 서귀포농업기술센터 도움이 컸습니다. 강소농 교육을 이수했는데 브랜드 교육과 고객관리, 이런 것들을 배우면서 체험농장의 고객이 획기적으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선진지 농장에서 연수도 하면서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났고 이를 통해 체험농장으로써의 본격적인 발돋움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20153000명이었던 체험객은 현재 5000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많은 고객들이 체험을 하고 귤을 사갔다. 초창기 계통출하가 대부분이었지만 체험객이 늘면서 체험객들이 50% 정도 현장에서 구매하고 나머지는 택배로 전량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다.

맛있는 감귤을 손님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제값을 받기 위해 다품종소량으로 감귤을 생산합니다. 체험으로 꽃귤농장을 찾은 고객들은 이듬해에도 꽃귤농장 귤만 삽니다. 정말 감사하죠.”

#일신우일신, 어린이들의 꽃귤 놀이터로 가꾸고파

늘 꽃길만 걸었을 것 같은 그도 감귤 동해피해로 두 차례나 산지폐기를 했다. 그때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연구와 노력이었다.

감귤만 생각하며 공부했어요. 감귤 판매가격 상승을 위한 꽃귤농장만의 관리기술을 만들었죠. ‘매일 1% 발전하는 농부가 되자’, ’모든 농부가 스승이다라는 생각으로 어디를 가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배울 점은 꼭 배우자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혜택을 받고 공부를 했기에 어렵게 공부한 것을 농사짓는 농부들의 언어로 좀더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농부가 되고 싶다는 이 대표는 서귀포 대포동 청년회 활동과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소속 강소농 모다드렁카라향 연구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행복한 감귤 놀이터 꽃귤농장이 되고 싶습니다. 어린이들이 마음 편히 감귤을 따먹고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되고 싶어요. 체험객들이 갓 따서 먹는 감귤을 통해 신선한 감귤의 참맛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농장 리모델링을 통해 장애인도 편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이 대표는 50년이 된 감귤나무를 국산감귤 묘목으로 대체해 우리나라 감귤의 우수성을 좀 더 알리겠다는 다부진 꿈을 꾸고 있다.

 

[특별인터뷰]백현인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지도사

농업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이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급변하고 있어 환경변화에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죠. 하지만 농업인들은 새로운 정보에 취약한 부분이 많아 그것을 알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귀포시카라향연구회의 봄귤:카라향, 봄에 만나요, 봄에만 나요를 개발한 장본인, 백현인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제주에서 나고 제주에서 자란 제주토박이로, 제주 사랑이 남다르다.

농가들의 강소농 자율모임체 활동을 하면서 회원들과 블로그 제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는 활동도 했습니다. 제주의 농가들이 생산한 제품들을 전국에 알리고 싶어 많이 고민했습니다.”

모임의 자체 브랜드인 투게더 팜(Together Farm)을 개발하고 박스도 제작한 백 지도사는 서귀포 농업 알리미로 명성이 자자하다.

농업의 브랜드와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농업인들이 보다 잘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만난 꽃귤농장은 그에게 마치 선도모델 같은 곳이다.

귀농귀촌농업인 뿐만 아니라 지역내 청년농업인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수년간 농업기술센터에서 강소농과 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얻었던 노하우들을 공유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미래 후계세대인 청년농업인들과 함께 상부상조하면서 제주농업 발전에 지속적으로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백 지도사는 지난해부터는 이 대표와 함께 유튜브 영상제작을 기획하면서 홍보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 청년이 맞잡은 손으로 제주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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