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농협경제지주 축산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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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농협경제지주 축산지원부장

녹음이 짙어지고 만물이 생장하는 싱그러운 계절 5. 온화한 기후 덕인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등 다양한 기념일을 품어 5월은 가정의 달이라 불린다.

오늘은 위와 같이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5월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세계 꿀벌의 날(World Bee Day)’에 대해 소개해보려 한다.

201712, 뉴욕에서 열린 UN 총회에서 520일을 세계 꿀벌의 날로 지정하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전 세계인들에게 꿀벌을 보호하고 보전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취지로 시작된 세계 꿀벌의 날은 북반구의 꿀벌들이 번식을 시작하고 가장 활발한 5월 중 슬로베니아의 저명한 양봉가 안톤 얀사(Anton Jansa, 1734-1773)’의 생일에서 따왔다. 유럽에서 양봉업이 가장 발달한 슬로베니아 브레즈니카에서 태어난 그는 벌집의 크기와 모양을 블록처럼 함께 쌓을 수 있는 형태로 바꿔 근대 양봉업을 대표하는 인물로 불린다.

그렇다면 꿀벌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이런 날을 기념하게 되었을까? 꿀벌은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중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의 경우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처럼 꿀벌은 매우 작은 몸집이지만 굉장히 큰 역할을 하는 존재로, 지구와 우리 삶에 엄청나게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UN의 발표에 따르면, 무분별한 농약 사용과 꽃가루 식물 감소, 급격한 기후 변화 등에 의해 야생 꿀벌 2만여 종 가운데 약 40%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탓에 미국은 2016년 처음으로 벌 7개종을 멸종 위기 생물로 지정하기도 했다.

꿀벌은 자신에게 필요한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꽃가루와 꽃의 꿀에서 얻는데, 살충제의 네오니코티노이드 등 독성을 가진 성분들의 사용이 늘며 꿀벌이 직접 죽거나 면역력이 약해지고 있다. 또한 지구 온난화 등 급작스런 기후 변화로 꽃이 피는 기간도 짧아지거나 불규칙해지며 밀원을 구하기 어려워 생존을 더욱 위협받고 있다.

만약 이러한 현상들이 지속돼 인류 역사의 5000년 이상을 함께한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즉각 식량위기에 처하고 생태계 파괴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꿀벌 등의 꽃가루 매개 곤충이 사라질 경우 일부 식품들은 아예 사라져버리며, 매년 142만 명 이상이 숨지고 영양실조로 인한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꿀벌에게, 지구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로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무분별한 전력 사용 줄이기, 무농약 식품 먹기, 꿀벌이 좋아하는 밀원식물(꿀과 꽃가루가 풍부한 진달래, 민들레, 아까시나무, 헛개나무 등)심기 등이 있다.

당장은 큰 변화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작은 실천이 모이면 의미 있는 결실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고 520일 세계 꿀벌의 날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가정의 달을 맞아 꿀벌대소동(Bee Movie)’이란 영화 한 편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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