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남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김치, 반찬에서 면역력 증진 소재로

-세계로 영역 넓힌 건 기술 덕분

-김치 관련 연구 등 꾸준히 추진

-김치 종주국으로 자신감 보여야 할 때

‘김치게임’이 한창 유행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이 특정 채소를 말하면 그 채소 뒤에 김치를 붙여 포털에 검색하고 해당 김치가 없으면 벌칙을 받는 간단한 게임이다. ‘바질’, ‘마’처럼 설마 했던 농산물도 김치 리스트에 있다. 최근엔 샤인머스캣 김치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과연 이 게임의 승자가 나올지, 김치로 못 만드는 농산물이 있긴 한지 의견이 분분하다.
 

게임으로 만들어 즐길 정도로 한국인에게 ‘김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울푸드’이다. 그릇에 담아 밥상에 올리면 반찬이 되고, 고기나 생선, 콩비지 등을 넣고 끓이면 푸짐한 일품요리가 된다. 국수와 비비면 김치비빔국수가, 찬밥과 볶으면 김치볶음밥이, 밀가루와 부치면 김치전이 되는 활용만점 식재료이자, 어떤 음식과 함께 내어도 개운하게 입맛을 잡아주는 전통발효식품이다.
 

우리 음식 맛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가치가 높은 만큼 그 종류도 다양하다. 꿩김치, 백김치, 게국지김치 등 지역색 물씬 풍기는 김치들이 있고, 풋풋하게 무쳐내는 겉절이, 시원하게 마시는 물김치, 갖은양념으로 버무려 겨울을 나는 김장김치 등 계절에 어울리는 김치들이 있다. 꺼내 먹는 시점에 따라 막 담근 김치는 아삭한 맛으로, 적당히 익은 김치는 톡 쏘는 감칠맛으로, 묵은지는 깊고 진한 발효의 맛으로 군침 돌게 한다.
 

김치가 여느 채소무침과 다른 것은 ‘발효’ 때문이다. 김치는 발효되면서 특유의 맛과 유산균을 갖게 된다. 특히 발효 초기에 김치만의 시원한 맛을 만드는 ‘와이셀라 시바리아(Weissella cibaria JW15)’라는 유익균은 항암, 면역, 항염증, 항산화 활성 등 다양한 기능성을 가지며, 유해균을 억제해 장 건강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연세대학교와 함께 건강한 성인 82명을 대상으로 김치 유산균 와이셀라 시바리아를 먹은 사람의 면역세포가 먹지 않은 사람보다 약 1.5배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유산균에 대해 산업체에 기술이전하고, 건강기능성 원료 등록을 추진하고 있으니 김치로 면역력을 다스릴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발효’가 김치를 특별하게 하지만 수출할 때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배에 실려 현지에 도착할 때까지 한 달가량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김치가 지나치게 익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냉장고의 내부 온도 편차를 줄인 ‘김치 과냉각 저장기술’을 개발해 갓 담근 김치 맛을 최대 12주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김치를 얼리고 녹일 때 아삭한 식감과 유산균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당류 중 하나인 트레할로스를 김치에 추가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사스가 유행했을 때 한국이 피해를 적게 입은 이유가 김치 때문 아니냐는 추측이 나와 김치가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번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발효한 채소와 다양한 향신료를 먹는 국가에서 사망자가 적게 나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다시 한번 김치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반찬에서 면역력 증진을 돕는 소재로, 국내에서 세계로 김치의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술 덕분이다. 김치 관련 기술 개발, 기능성 연구 등을 꾸준히 추진해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자신감을 세계에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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