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농어업회의소.

지난 1991년 정부 농업정책의 카운터파트너로서 그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시범사업을 도입, 2011년 시군농어업회의소가 최초로 만들어져 현재 광역 1개소, 시·군 16개소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으며 23개소가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추진돼온 농어업회의소는 법적인 근거 없이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른 조직이어서 실질적인 농정의 카운터파트너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현실이다.

따라서 농어업회의소의 법제화 움직임은 10여 년 전부터 국회차원에서 이어져 왔으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대립 등으로 불발돼 왔다. 최근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가칭 ‘농어업회의소법률’ 제정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달 13일 법률제정안 입법예고와 의견수렴에 들어 간 상태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에는 농어업회의소의 법제화가 가능할까?

농어업회의소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의견대립과 시범사업을 통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제는 그 방향성과 방법론을 명확히 해 법제화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지만 아직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향식 농정을 위한 거버넌스 확보를 위해 전체 농업계가 원하고 있다지만, 정작 농업계 내부에서조차 이견대립이 큰 상황이다.

중앙정부 농정에 대한 카운트 파트너로서, 농어업인을 대표하는 농어업회의소로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느냐에 방점을 찍히는 이유다.

기초, 광역, 전국 조직을 법으로 만들면 기존 농업인이나 농민단체 사이에서 새로운 갈등이나 대립, 불필요한 논란과 정책의도와 관련 없는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또한 일부 농민단체에서는 운용예산의 정부지원에 따른 관변단체 변질우려, 옥상옥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일면 우려되는 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농어업회의소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필요도 있다. 기존 농민단체와 법제화를 통한 농어업회의소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임의단체인 농민단체와는 달리 법제화된 농어업회의소는 법률상 농정의 카운터파트너로서 인정을 받기 때문에 상향식 의사결정을 거쳐 정리되고 합의된 의견을 정부와 논의할 수 있게 된다.

풀뿌리 농민단체와 모든 농업분야가 동참한 상향식 의사결정구도를 통해 실질적인 농어업부문의 대의기구 역할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농협이나 농촌지도조직, 일부 농민단체 등이 자신들의 위치 싸움에 대한 위태로움으로 이러한 상향식 농정협치를 위한 농어업회의소 법제화에 딴지를 걸어서는 안된다.

관변단체로의 전락문제는 결국 농어업회의소 운영자금의 문제에 기초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로부터 운영자금이 흘러들어오면 결국 관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변질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현재 시범운영중인 시군농어업회의소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주목하는 부분은 재정자립을 통한 완벽한 독립성 문제에 있다.

법제화를 통해 농어업인의 의무가입 조항과 이에 따른 국가 의 의무재정 지원 등이 전제돼야 한다. 또한 농어업회의소가 법제화되면 공익단체로서 정부수탁사업을 통한 자생적인 수익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해 나갈 수 있다. 농어업회의소의 법제화 당의성은 여기에 있다.

농어업회의소가 법제화 되지 못한다면 또 다른 하나의 농민단체를 만드는 꼴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농어업회의소의 법제화는 농어업회의소의 정체성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과 결론을 같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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