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민 부경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수계 특성·생태환경 고려안한 방류사업

생태계 교란·방류 효과의 저감 초래

방류된 은어 아닌 바다를 거슬러

올라온 은어가 보고 싶은 이유

어린 시절 밀양강 상류인 고향마을 내에는 은어가 많았다. 어쩌다 은어라도 잡는 날에는 진짜 은어인지 확인하기 위해 냄새부터 맡으려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은어는 바다빙어목 바다빙어과의 민물고기로 어릴 때 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하천으로 돌아온다. 은빛을 띠고 살에서 비린내가 아닌 수박향이 나 민물고기의 귀족으로 불린다. 
 

그래서인지 은어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지리서인 경상도지리지(1425년)를 비롯해 전국의 관찬 지리서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은어에 대한 기록은 많다.  

“영남루 아래 큰 내가 누런데, 가을 달 봄바람이 태평스럽구나. 
(嶺南樓下大川黃 秋月春風屬太平)
갑자기 은어가 눈에 삼삼하니, 선비들의 웃음소리 귀에 들리는 듯하구나”
(忽得銀魚森枉眼 斯文笑語可聞聲)
 

고려말 목은 이색이 밀양 영남루에 올라 지었다는 시이다. 지리서에서 표현하는 은구어(銀口魚)가 아닌 은어로 적고 있다. 이처럼 은어는 우리나라 민물고기의 대표종이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른 하천 수질의 악화, 바다와의 연결을 막는 하구둑과 하상 개발과 같은 서식 환경의 파괴로 인해 급속히 사라졌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은어 양식기술이 개발됐고 더불어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앞다퉈 은어 치어 방류사업을 해 오고 있다. 
 

은어는 물이 맑은 하천에 서식하며 강 밑바닥에 자갈이 깔려있는 곳을 좋아한다. 오염된 하천에는 살지 않는다. 아니 살 수가 없다. 치어 방류보다 은어가 서식하고 회유할 수 있는 환경부터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은어 방류사업이 수산자원과 생태계 회복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어느 정도 살만한지 은어에게 묻고 싶다.        
 

은어 방류와 같은 수산종자방류사업은 1976년 국립수산시험장의 생산방류로 시작됐다. 연어의 경우 100년이 넘는 방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타 어종으로 확대된 것은 이때부터라 할 수 있다.

1986년 이후에는 국가가 주도해 민간으로부터 방류어종 매입사업을 실시했으며 1996년 도립종묘배양장을 설립한 후 본격화됐다. 2019년 내수면 어종 15종 등 총 65종을 방류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을 인공적으로 수계에 방류하고 있다. 
 

수산종자 방류는 자연자원의 재생산을 위해 부족한 자원량을 인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며, 궁극적인 목적은 어획량 증대에 있다. 해양생태계의 보전이나 종 다양성의 유지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종자 방류에 의한 생태계 내 종 다양성의 저하, 종 내 유전적 다양성 감소로 인한 열성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계 특성이나 생태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방류사업은 생태계 교란 및 방류 효과의 저감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2014년 수산자원관리시행계획을 수립하고, 2015년 11월 넙치를 대상으로 방류종자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12개 종에 대한 유전적 다양성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생태계나 종 다양성 유지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사피엔스’에서 신석기 시대의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했다. 몇몇 상업화된 작물이 지구 토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자연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수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상업화된 일부 종의 방류에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류된 은어가 아닌 바다를 거슬러 올라온 은어가 보고 싶은 이유이다. 
 

문득 어린 시절 마을 앞 내에서 쏜살같이 헤엄치던 은어가 눈에 삼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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