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맥주가 대형브루어리 판매량 뛰어 넘어 …차별화된 기술이 이뤄낸 성과

[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어린 시절 멋쟁이 외할머니 덕분에 프랑스 가정에서 즐겨 마신다는 와인과 세계맥주를 집에서 접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 사는 할머니 지인을 통해 선물 받은 갖가지 와인과 맥주는 가족들의 식사에서 새로운 풍미를 자아냈고 자연스럽게 그 매력에 빠지게 됐다.
 

친환경·유기농산물·식품 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식품에 대한 관심을 갖고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한 여성은 대학시절부터 가장 좋아했던 음료이자 술인 맥주를 만들기 위해 30대에 이천에 자리 잡고 농업회사법인을 건립한다.
 

맥주의 주요 재료인 맥아, 홉, 효모 등을 비롯한 너무 많은 재료를 수입해서 쓰는 게 안타까워 직접 홉을 재배하게 됐다는 김나래 ㈜더홋브루어리 농업회사법인 대표. 이천에서 살며 지역의 쌀, 농산물과 홉으로 맥주를 만들고 있는 그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 봤다.

 

# 맥주를 만드는 농장형 양조장 더홋브루어리

 

“‘더홋’의 ‘홋’은 외국인들이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는 한글로 농부가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형태로 보이기도 합니다. 영어로는 열정적인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죠. 브루어리는 맥주를 만드는(브루밍) 양조장에 붙은 관용어 같은 말입니다. 와인을 만드는 곳을 와이너리라고 부르는 것과 같죠. 더홋브루어리는 이 같은 의미에서 탄생했습니다.”
 

맥주의 주재료 중 꽃인 홉과 맥주의 매력에 빠져 홉 농사를 계획한 김 대표의 시작은 녹록치 않았다. 
 

농사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기초를 닦기 위해 990㎡(300평)가 조금 넘는 땅을 빌려 배추와 들깨를 심었지만 배추는 반 이상이 병들고 들깻잎은 말라버렸다. 밭농사 실패로 홉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은 저절로 사라졌다.
  “밭농사가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에 빠져 있을 때 브루어리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자릿골 마을 이장님이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홉 재배는커녕 일반적인 작물재배도 실패했다고 한숨만 쉬었을 때 같이 해보자며 작목반 결성을 주도하셨습니다. 이에 함께 4-H 활동을 하던 청년과 이장님, 마음 맞는 마을 분들과 홉 작목반을 결성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과 청년들의 콜라보를 통해 6명의 홉작목반이 탄생한 것이다. 그는 우리 땅에서 나는 농산물로 술을 만든다면 이미지도 좋아지고 홍보도 될 뿐만 아니라 농산물 소비가 늘어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공장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이 모아져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왕에 맥주를 만들기로 결심했으니 수급이 가능하다면 국내 농산물을 최대한 사용해야겠다고 다짐했고 이에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은 이천 쌀과 복숭아를 사용하게 됐죠.”
 

맥주를 만드는 농장형 양조장 더홋브루어리에서는 국내 농산물을 함유한 다양한 맥주가 개발 중이다.

 

# 차별화된 설비와 기술

 

“더홋브루어리의 차별점이자 강점은 우리쌀 맥주에 최적화된 공정을 바탕으로 한 탱크 개발로 고품질의 맥주 양조가 가능하고 쌀맥주 양조기술,맥주효모 배양기술, 우수한 양조용수를 바탕으로 맥주를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자사 수제맥주의 10일간의 시장테스트를 통해 대형브루어리의 수제맥주보다 뛰어난 평가를 받았습니다.”
 

쌀맥주 전용탱크에서는 최적의 호화를 위한 스팀기술과 특수 압력 조정장치, 50단계로 세분화된 믹싱 시스템을 통해 고품질의 맥주가 생산된다. 
 

쌀 맥주인 버드와이저를 직접 생산하고 품질관리를 맡았던 기술고문의 쌀 맥주 제조 비법과 특허를 받은 저온적응성 효모 대량증식 배양기술, 일반 상수도나 사계절 물의 변화가 많은 지하수를 사용하지 않고 최상의 양조용수를 위한 정수시스템을 도입을 통해 최고의 맥주를 생산하는 것이다.
 

“대형브루어리의 수제맥주와 자사가 출시한 수제맥주를 같은 가격으로 직원의 홍보 없이 10일간 테스트한 결과 자사의 맥주 판매량이 대형브루어리 판매량을 뛰어 넘었습니다. 이는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이뤄진 성과라고 생각됩니다. 이에 앞으로도 기술개발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 농장부터 브루어리, 판매점까지 6차 산업 체험 가능

 

“이천 유일의 홉 밭에서 정성스럽게 꽃을 가꾸는 작목반원들은 농사에 대한 노하우와 빠른 실행력으로 뭉쳐있습니다. 홉 밭은 작목반원들이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도시민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새로운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도시민들은 미리 예약을 하면 홉이 영글어가는 6월과 홉을 수확하는 7~8월 홈 농장을 둘러 본 뒤 작은 수제맥주 공장인 마이크로 브루어리의 시설과 이천 시내에 위치한 판매점에서 시음을 즐길 수 있다.
 

판매점에서는 갓 도정한 이천쌀의 고소함과 홉의 쌉쌀한 맛이 한층 더 높은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스노이’, 코리엔더의 알싸함과 귤피의 향긋함을 즐길 수 있는 ‘치고이너 바이젠’, 인공향을 전혀 넣지 않고 장호원 복숭아로 만든 ‘트로피컬 에일’ 등을 즐길 수 있다.  
 

“홉은 땅 아래로 뿌리를 깊숙하게 뻗고 지상 위로도 6m 이상 자라는 꽃으로 일상생활에서 보는 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올해 홉 포트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년에는 홉 포트 판매, 홉 관련 가공품 판매로 마을기업으로서 성장뿐만 아니라 브루어리에서도 커스터마이징 수제맥주 서비스를 통한 레드오션을 공략해 6차 산업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홉작목반원들과 함께 저소득층과 양로원에 물품을 기부하고 판매액의 일부를 국경없는 의사회,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 맥즙을 냉각할 때 냉수를 사용한 후 온수를 저장해 양조용수로 재사용하고 맥아박의 퇴비화, 사료화를 통한 선순환으로 환경을 위한 리사이클, 청년들의 귀농귀촌을 돕는 단체인 행앗과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 대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특별인터뷰] 최지욱 이천시농업기술센터 지도사 

 

 

“청년들이 실질적인 정보나 준비 없이 막연하게 귀농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작은 농장이라도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지어서 판매까지 한 후 귀농하길 권유합니다. 
 

청년농업인들의 멘토로 활동 중인 최지욱 이천시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귀농을 하면 정부지원이 많다는 잘못된 정보를 통해 귀농을 꿈꾸거나 정착지역, 재배작물, 가공 등을 고민하지 않고 귀농에 대해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농촌에서 정착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농사짓는 것 자체도 어려운 일인데 판로나 수익이 나기 전까지 생계에 대한 준비 없이 농촌에 들어온다면 대출만으로는 버틸 수 없습니다. 농사를 지어야 하는 시간에 과도한 지출 때문에 투잡, 쓰리잡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준비가 다 끝난 후 농업기술센터, 지자체 등에 관련 지원사업 등을 문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천시농업기술센터는 지역농산물 가공기술의 전진기지로 농업인의 농산물 가공 활성화를 통한 안정적인 농외소득 창출과 효율적인 농촌융복합사업 성공 확대를 위해 이천시농산물종합가공센터를 운영 중이다.
 

창업보육교육을 통해 기초반, 심화반을 수료한 교육생들에게 농산물 종합가공센터 시설과 장비 사용자격·시제품 생산 기회를 부여한다.
 

“농산물 원물 판매로는 올릴 수 있는 소득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원물의 가공을 고민하는 청년농업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가공방법을 통한 제품은 재고가 이어집니다. 이에 가공에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국가 지원 사업에 도전한다면 좀 더 용이하게 사업 운영이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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